중국이 발전사업 해외시장에서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뭉칫돈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신규 시장인 개발도상국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국내 업계는 중국의 공세에 별다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마인마우스 프로젝트 등 동남아시아 주요 발전 프로젝트 상당 부분을 중국 업체들이 수주했다. 특히 최신 발전 플랜트 기술인 초임계압 1000㎿급 레퍼런스까지 확보해 일부 기술력에서는 우리나라를 앞지르고 있다.
마인마우스 프로젝트는 석탄광구 옆에 발전소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으로 광구에서 발전소까지의 연료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의 90%를 수주하며 동남아 시장 경쟁력을 과시했다.
설계·시공·조달(EPC) 부문도 강세다. 발전사업을 경쟁 국가가 가져가도 EPC 사업자는 중국 업체인 경우가 다수다. 인도네시아 반텐 지역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역시 말레이시아 업체가 수주했지만 EPC 사업자는 중국 업체가 맡고 있다. 2009년 한국전력이 사우디아라비아 라빅 중유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면서 중국 EPC 업체를 선정해 한동안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다.
중국 발전플랜트 업계의 해외 진출은 2005년 이후부터 시작됐다. 2006년과 2007년 사이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주한 8건의 발전 플랜트 사업을 모두 수주하기도 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수요를 기반으로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웠다”며 “자국 내 전력공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발전업계가 경쟁우위로 내세우고 있는 기술력과 신뢰성 부분의 역전도 머지않아 보인다. 발전 플랜트의 신뢰성으로 통하는 레퍼런스 확보량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특히 1000㎿급 석탄화력발전소인 인도네시아 자바 프로젝트를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수주하면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국내에 1000㎿급 석탄 발전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는 곳은 전무하다.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기술력을 중시하는 선진국 보다는 가격을 먼저 따지는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업계는 대중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국제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일본은 정부가 주축이 돼 상대 국가와 로비를 펼쳐 사업 발주 시 기자재 기술기준 규격을 높이는 방법으로 중국 업체 진입을 봉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문석준 중부발전 글로벌전략사업총괄팀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초임계압과 같은 기술력으로 중국 업체와의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술적 차이만으로 중국을 이기기 힘들어 졌다”며 “중국이 최고의 경쟁자로 부상하는 지금, 건설·금융·발전·무역 등 전산업계가 합심한 국가적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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