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정부 거버넌스 논의 `이상`따로 `현실`따로

정부 조직개편 논의는 앞으로 3~4개월 내 대선후보가 가시화하는 시점에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의 비전과 공약이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공무원 신분으로 드러내놓고 주장을 펼치지 않지만 물밑에서 뜨거운 논리전을 벌인다. 최근 부처마다 조직 개편에 대한 `백가쟁명`이 가열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문제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영토 확장 전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理想)은 미래 ICT 경쟁력 강화=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이 정보통신(ICT) 거버넌스 문제다. 전문가들은 차기 ICT 거버넌스는 미래 ICT 산업 변화와 우리 산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ICT 거버넌스 문제는 지난 2008년 조직개편 이후 `IT컨트롤타워 부재론`이 부상하면서 시작됐다. 방통위·행안부·지경부·문화부가 제각각 IT 주무부처를 자임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u시티 등 비슷비슷한 중복사업을 경쟁적으로 내놓았지만,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때는 대응체계가 분산돼 우왕좌왕하는 난맥상도 드러냈다.

한국 ICT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기름을 부었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BSA)가 매년 발표하는 IT 경쟁력 지수는 2007년 세계 3위에서 2009년 16위로, 2011년엔 19위로 5년 연속 추락했다.

`아이폰 충격`에 이어 지난해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IT컨트롤타워 부재` 비판이 정점에 이르렀다. 학계와 정관계는 세계 ICT 시장흐름이 네트워크·콘텐츠·단말·플랫폼이 융합되는 추세에 우리 정부의 거버넌스는 분산형으로 오히려 역행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각 정부부처는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다르지만 ICT 융합시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웠다. 방통위는 산업 진흥과 규제 정책을 묶고, 네트워크·콘텐츠·단말·플랫폼을 아우르는 독임부처가 해답이라고 강조한다. 반면에 지경부는 융합시대엔 ICT와 전통 산업이 어우러져야 시너지를 낸다는 논리를 펼친다. 행안부는 정보화전략위원회 등과 같은 상부 조직의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해야 융합시대 균형 있는 거버넌스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현실(現實)은 영역 다툼=부처마다 정치권 로비전까지 불사하는 까닭은 결국 `자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정부조직은 행정사무(업무)에 따라 자리가 만들어진다. 업무 영역이 작아지면 자리는 그만큼 준다. 인사 적체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옛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방통위는 인사 적체가 심해졌지만 지경부·행안부 등은 상대적으로 승진 기회가 많아졌다는 평가다. 옛 정통부에서 지경부나 행안부로 옮긴 공무원이 방통위에 남은 공무원보다 보직을 얻거나 승진하는 사례도 많이 나왔다.

더구나 정부부처 조직개편은 소속기관이나 산하기관의 연쇄 개편을 몰고 온다. 정통부 해체로 전국 3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우정사업본부가 지경부로 넘어간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정보화진흥원(전산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SW진흥원) 등 옛 정통부 산하기관도 각각 행안부, 지경부 산하로 들어갔다.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산하 기관장은 해당부처 퇴임 고위공무원이 내려오는 것이 관례”라며 “MB정부 들어 산하기관이 크게 늘어난 지경부 공무원은 퇴임 후 두세 차례 기관장을 맡을 기회를 얻는 반면에 산하기관이 사라진 방통위 공무원은 퇴임 후 갈 곳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모든 부처가 탐내”=우정사업본부는 전국 조직과 금융부문을 모두 갖고 있다. 모든 부처가 탐을 낸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며 금융 부문을 분리해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가 금감원에서 나온다. 재정부 역시 전국 조직인 우정사업본부의 우편 부문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역시 전국조직인 우편 부문을 욕심낸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난안전 부문을 총괄하는 부처의 위상에 맞게 기상청을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옛 해양수산부의 부활론에 힘입어 국토해양부의 분리 얘기도 나온다. 환경부 역시 지경부의 에너지 부문을 가져가는 방안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환 고려대 교수는 “정부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부처 이기주의로 변질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며 “ICT 생태계를 무시한 조직개편으로 정부가 해야 할 중간 고리 역할이 실종되는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부부처별 ICT 거버넌스 논의 사항

[해설]정부 거버넌스 논의 `이상`따로 `현실`따로


ICT거버넌스 특별취재팀 gov@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