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발생한 국내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건 당시 피해자인 삼성이 피의자로 지목된 중국 BOE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며 수사 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곧이어 LG도 처벌 불가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BOE는 수사 당국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근 연이어 터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기술 유출 사건을 놓고, 삼성·LG가 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혈투를 벌이는 모습과 비교하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지난해 12월 기술유출 사건으로 불구속 입건된 BOE 법인을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중국 BOE 직원이 전 SMD 연구원과 전 LG디스플레이(LGD) 연구원으로부터 차세대 LCD 공정과 AM OLED 기술 정보를 빼돌려 적발된 사건이다. 지난달 1심에서 BOE 직원은 징역 2년을, SMD·LGD 전직 연구원들은 집행유예 등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의자 세 명의 2심은 진행되고 있다. 사건 당시 BOE 법인도 입건이 됐지만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수사를 진행한 수원지검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를 공개할 수 없지만 국내 기업들의 의견과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은 탄원서를 제출했고 연이어 LG도 동의한 것이 기소유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당시 BOE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검찰에 전달한 것은 굵직한 중국 사업 현안이 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를 진행하던 시기 삼성의 중국 시안 반도체 팹 진출과 LCD 라인 세대 변경 등 중국 정부 승인이 임박했다. 공교롭게도 BOE의 기소유예 결정 직후 삼성은 두 사업 모두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얻어냈다. SMD 측은 “회사 차원에서 BOE 기술 유출 사건 수사 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LGD 관계자는 “당시 검찰로부터 `삼성은 탄원서를 냈는데, LG 쪽 의견은 어떤지 문의가 와 (탄원 내용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이와 달리 최근 또다시 불거진 SMD의 AM OLED 기술 유출 사건에서 BOE가 또 연루됐지만 삼성과 LG가 정면 대결하는 양상이다. 수사 주체도 지난해 말 사건과 같은 수원지검 형사4부가 맡았다. SMD 관계자는 “회사(LG) 전체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이 사건과 개인 몇 명이 저지른 행위인 작년 말 사건은 차원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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