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미래는 한마디로 개인 미디어센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사진·동영상·데이터 등 개인이 생산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최적의 방법으로 기록하고 방송하는, 움직이는 양방향 `개인 방송국`으로서 문화 예술 분야의 새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대중문화 전부가 휴대폰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이창우, 유비쿼터스 시대의 허브 휴대폰 중)
“휴대폰이 매우 싸져서 소비자는 여러 개를 가지게 된다. 하나는 차에 설치될 것이다(새로운 휴대폰을 살 때마다 카 키트를 바꾸는 번거로움이 더 이상 없다). 또 다양한 디바이스에 휴대폰 기능이 포함될 것이다. 제조업체가 상품에 가치를 더하는 방법으로서 디자인과 패션을 활용할 것이다. 카메라나 음악 플레이어와 같은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을 빨아들이고 열쇠와 지갑은 RFID 기술을 사용하는 표준 휴대폰 기능에 흡수될 좋은 후보자들이다.”(윌리엄 웹, 무선통신의 미래 중)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전인 2006년과 2008년, 국내외 두 전문가는 이와 같이 미래 휴대폰을 예측했다.
대한민국 국민 절반 가까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모습과 일면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점도 있다. `개인 미디어센터`는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음악을 비롯한 많은 대중문화가 휴대폰 인터페이스로 상당부분 들어왔다.
하지만 휴대폰이 저렴해지고 다양한 기기에 휴대폰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간 듯 보인다. 휴대폰 대부분이 80만~90만원의 고가에다 다양한 기기에 휴대폰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휴대폰으로 다양한 기기가 들어오고 있다.
최초의 상용 휴대폰이라고 할 수 있는 모토로라 `다이나텍`이 출시된 지 꼭 30년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전자신문의 역사와도 같다.
모토로라는 1973년 이미 다이나텍 첫 모델 개발을 마쳤지만 상용화에 시간이 걸렸다. 통신망도 깔아야 했고 무선통신 표준화 작업도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모토로라는 10년간 1억달러를 넘게 쏟아 부었다.
다이나텍 초기 모델은 당시 가격으로 200만원이 넘는 고가에다 무게는 1.4㎏에 달했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단 한 시간에 불과했다. 그래도 재력을 과시하려는 부자나 실시간 음성 통화에 목말라 있었던 정치인·기업인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최초 휴대폰은 삼성전자가 1988년 개발해 1989년 5월 출시한 `SH-100`이다.
그 뒤 휴대폰은 전문가 예측보다 항상 빠르게 진화했다. 애플이 처음 내놓은 스마트폰이 온 세상에 그처럼 충격을 준 것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담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낳았으며, 빨리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미래 휴대폰 진화방향을 예측하는 일도 상식 수준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급진적일 필요가 있겠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투명한 디스플레이, 휴대폰으로 온 집 안의 가전제품을 조종하는 것….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런 미래 휴대폰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래 휴대폰이라기보다 2~3년 내 다가올 현실”이라고 말한다.
미래 휴대폰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감성 휴대폰`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현재 휴대폰으로 시각·청각·촉각 세 가지 종류의 감각을 소비한다. 감성 휴대폰이란 여기에 후각과 미각을 더한 `오감폰`에, 마음 상태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이른바 `슈퍼 울트라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김채규 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 부문 소장은 “각종 센서기술 개발로 인간 감각 수용 능력을 극대화한 단말기가 머지않은 미래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떨까. 휴대폰이 사라진다는 급진적 연구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초 휴대폰 다이나텍을 개발한 `휴대폰의 아버지` 마틴 쿠퍼 박사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2010년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머지않아 들고 다니는 휴대폰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미래 휴대폰은 `사람 귀 안에 심는 전화기`다. 외부에 휴대폰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단위 인원이 투입되고 기업 간 서로 따라했다고 비방하는 `디자인`이 사라져버린다.
몸에 휴대폰을 심으면서 맥박·체온·혈압 등 각종 건강 체크와 질병 예측도 가능케 한다. 현금이나 카드 없이 몸속에 있는 휴대폰만으로도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가능한 다양한 콘텐츠 이용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쉬움이 남는 예측이다.
김채규 소장이 말하는 미래 휴대폰이 어쩌면 더 현실적이다. 그가 말하는 최후의 진화도 `보이지 않는(invisible) 폰`이다. “실제로 골전도 전화기라든지 인체통신, 홀로그램 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개념을 휴대폰에 적용하면 꼭 휴대하고 다니는 특정 디바이스 없이도 보고 듣고 통화하는 휴대폰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폰은 초소형화해 귓속에 숨긴다거나 하는 개념이 아니다. 중앙처리장치(CPU) 혹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능 자체를 `컴퓨팅 파워 스테이션(Computing Power Station)에서 원격으로 전송받는다. 김 소장은 “기존 IDC는 데이터만 주고받으며 클라우드나 신(thin) 클라이언트를 구현하는 방식이라면 컴퓨팅 파워 스테이션은 연산능력 자체를 주고받는 발전소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면은 지천에 깔린 디스플레이나 홀로그램을 이용한다.
상상이 안 된다거나 어불성설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ETRI뿐만 아니라 구글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도 보이지 않는 폰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진화는 언제나 예상보다 빠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