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세컨더리 펀드 성공시대`가 열렸다. 스틱인베스트먼트(대표 최병원·곽동걸)는 2005년 1190억원 규모로 결성한 스틱 세컨더리 펀드가 최근 출자납입액 대비 1.5배, 연간내부수익률(IRR) 26.03% 수익을 달성하고 청산했다고 3일 밝혔다.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상당한 성과다.
펀드 대표 투자 사례로는 제닉·엔케이·씨모텍·조이맥스 등이 있다. 스틱은 제닉이 세컨더리 펀드에서 2006년 매출액이 50억원을 밑돌 당시 매입했다. 이후 추가자금과 영업지원 등으로 지난해 매출 1000억원과 이익 1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제닉은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스틱은 투자원금 대비 10배 수익률을 기록했다. 엔케이·씨모텍·조이맥스도 스틱 세컨더리 펀드가 인수 후 상장한 업체로 투자원금 대비 각각 4.5배(엔케이) 3.9배(씨모텍) 3.5배(조이맥스)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곽대환 스틱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벤처펀드가 2000년대 초에 대거 결성되면서 세컨더리 펀드 결성시점에 만기가 도래한 펀드가 많아 좋은 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다”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좋은 실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1호 스틱 세컨더리펀드의 성공적 회수는 인수합병(M&A) 시장이 막힌 벤처캐피털 산업에서 자금회수(Exit) 한 경로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완벽한 벤처 생태계를 갖췄다는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금줄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털의 자금회수 경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점이다. 미국 벤처캐피털은 M&A 자금회수 비중이 69.9%(이하 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우리는 7.4%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털은 회수를 위해 피투자 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IPO)만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IPO시장은 변수가 많다. 경기가 나빠져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 가치는 낮아진다. 이는 벤처 기업이 기업공개를 꺼리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5년 또는 7년 만기가 도래하는 벤처캐피털업체 입장에서는 막막한 상황에 처한다.
세컨더리 펀드는 만기가 도래한 펀드가 보유한 회사 지분을 인수한다. 자금회수에 목말라 있는 펀드 운용사(벤처캐피털)에게는 단비 역할을 한다. 이들은 펀드를 예정대로 청산하고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여기에 세컨더리 펀드 운영사는 2차 성장지원을 돕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단순히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재무와 영업·해외진출 지원에 나선다. 스틱도 벨류이노베이션팀에서 피투자 벤처기업에 대해 집중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전무는 “해외엔 세컨더리 펀드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벤처캐피털이 있을 정도로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M&A가 막힌 우리는 회수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세컨더리펀드(Secondary Fund)=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가 보유한 주식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기 이전 주식을 매수하는 펀드.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피투자 벤처업체가 코스닥 상장에 이르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자, 펀드해산 압박에 시달리는 벤처캐피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결성됐다. 세컨더리펀드 운용사(벤처캐피털)는 피투자 벤처회사가 2차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재무적 지원과 함께 수출, 마케팅 지원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