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업한 스타트업 A기업은 서울 시내 모 대학 창업보육기관에 입주하기 위해 계약을 진행하다가 포기했다. 입주할 때 자본금의 일정 부분만큼 지분 기부를 요구받았기 때문. 회사 대표는 “지분을 넘긴다는 건 기업주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 창업보육기관에서 스타트업 기업에게 일정부분 지분을 요구하면서 다수 스타트업 회사가 대학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령 KAIST에 입주하려면 시설관리비 외에 창업보육기금으로 해당업체 주식을 자본금에 따라 5% 내외로 납부해야 한다. 연세대 창업지원단에서도 자본금에 따라 차등적으로 1~4%를 기부 받고 있다. 한양대 역시 자본금 1억 기준 3% 지분을 요구한다. 반면 각 대학 창업보육기관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나 청년창업센터는 입주할 때 지분에 대한 조건이 붙지 않는다.
지분을 보유하면서 현금 투자를 하고 지속적인 멘토링을 해주는 민간 엔젤투자자와 달리 대학에서는 지분을 기부하더라도 현물 투자 등 형식적인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물은 집기 구입비용 등이다.
1% 지분을 기부하고 대학에 입주한 B회사 대표는 “몇 년 전만해도 출신학교에서 창업하고 소액이지만 엔젤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학교에서 직접 현금 투자는 하지 않는 추세고, 기업이 성장하고 난 뒤에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AIST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대학에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게 기업에게 손해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마케팅 능력이 없는 스타트업 기업은 공신력 있는 대학이 주주로 있으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청 창업보육센터 운영요령 고시 제26조 제2항에 규정된 사항이므로 문제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인배 서울벤처인큐베이터 실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당장 사무실을 빌릴 여력이 없으니 지분이라도 떼 주는데, 이게 기업에 득이 됐는지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창업주가 득실을 잘 따져서 입주 장소를 고를 것을 추천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