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면서 사무실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공간을 옮겨 다니는 일명 `메뚜기` 창업자가 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HP·애플 창업기에 나오는 `창고 스토리`가 아파트 거주 인구가 국민 절반을 넘는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메뚜기란 도서관에서 자리가 부족할 때 자리를 잠깐 빈자리에 앉았다가 주인이 돌아오면 다른 자리로 계속해서 옮겨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번개 장터`로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1위를 차지한 퀵캣(대표 장원귀)은 한 번도 자기 사무실을 가져본 적 없다. 초반에 월·연 단위로 계약하는 비즈니스 센터를 썼다. 부담이 늘어나자 이곳을 나와 커피숍에 둥지를 틀었다. 6개월간 커피숍을 전전하며 사업을 준비했다. 직원이 8명으로 늘었지만 지금 있는 곳도 다른 회사 사무실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꾸린 위시앤위시(대표 박지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남역이나 종각역 인근 시간제 스터디 공간을 사무실로 썼다. 자금이 쪼들리는 스타트업 기업에 사무실은 언감생심, 이곳에서 서비스를 개발해 `위시앤위시`를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 운영사 나무인터넷에 인수된 와플스토어(대표 조지훈),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무실을 연 씽크리얼즈(대표 김재현) 대표는 명함에 회사 주소가 없다. 두 회사 모두 사무실을 옮겨 다니느라 명함을 계속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김재현 대표는 아예 명함에 큐알(QR)코드를 넣어 이 화면 주소만 바꿔 넣는다.
사업을 시작할 때 사무실이나 가게부터 알아보던 기존 형태와 전혀 다르다. 스마트폰·패드 등 모바일 앱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출현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노트북 하나로 상품을 개발하는 일이 잦아졌다. 기업에 서버·스토리지 같은 저장 공간을 대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 한 것도 한몫했다.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 `EC2`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미 많은 인터넷 기업 고객을 보유한 아마존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도 다수 출현해 각 기업 맞춤형 클라우드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장원귀 대표는 “인맥을 활용해 사무실을 빌려 쓰면 임차 비용을 확 줄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