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분야 세계적 업체인 게일인터내셔널은 2001년 포스코 건설·인천시와 업무협정서(MOU)를 교환하면서 송도국제도시 개발권을 확보했다. 단일 도시개발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것은 무모해 보이는 일이었다. 게일 인터내셔널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었고 한국 인천은 멀고 낯선 곳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65층 높이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와 인천아트센터, 채드윅 국제학교,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등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이 과감한 도전으로 성공신화를 일구고 있는 스탠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을 만나 창업 정신의 중요성을 들어봤다.
![[스타트업이 미래다]<1부>멘토가 필요하다 (4)스탠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5/07/278058_20120507100922_390_0001.jpg)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한국 경제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한국은 30여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될 정도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 한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스탠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한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휴대폰·반도체·TV 등 하드웨어가 매우 강하다. 그러나 하드웨어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해 소프트웨어(SW)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경쟁력 있는 IT 강국이 되기 위해선 SW 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SW는 개발에 한계가 없어 성장 폭이 넓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SW에 주력해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이 사업으로 성공했다. SW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를 담을 수 있는 운용체계(OS) 플랫폼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허운나=송도국제업무단지 내에 생긴 스타트업 기업 사례가 있나.
▲게일= 유라이프(u.life)솔루션즈라는 기업이 있다. 시스코· LG CNS· 게일 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이 공동 참여한 합작 회사다. 송도 주민의 U(유비쿼터스)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 OS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허운나=앞으로 어떤 스타트업 기업이 송도에서 기대되는가.
▲게일=유라이프솔루션즈가 OS 플랫폼을 제공하면 한국의 많은 젊은이가 생활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될 것이다. 젊은 한국 기업가가 송도에 와서 우리 시스템을 이해하고 삶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기능을 플랫폼에 적용해주는 것이다. 애플 아이폰 시스템이 가정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쉽다. 예를들어 각 가정에는 `텔레프레젠스`라는 기술이 있는데 선생님과 학부모가 직접 연결돼 이야기하거나 의료진, 에너지 관리 등이 모두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된다. 새로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무한하다. 이를 위해선 상상력이 풍부한 젊은 스타트업 기업이 송도에 와야 한다.
-허운나=송도가 미처 매립도 되지 않았을 때 과감하게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을 결정했고 지금 이 도시는 동북아무역 중심지를 지향하는 글로벌 국제도시로 만들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스타트업 창업과 유사한 과정을 밟아왔다고 볼 수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향해 출발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게일=선구자적 기업이 되기 위해선 비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액션을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송도 프로젝트도 바다에 불과한 땅을 지금처럼 바꾼 것이다. 첨에 왔을 때 바다밖에 없었는데 도시를 창조하고 있다. 생각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행동(액션)이 중요하다. 무모하더라도 움직여야 한다. 인천대교는 처음에 없었다. 오직 바다뿐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계획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지, 한국 젊은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의심했다. 하지만 지금 도시를 만들었고,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도 지어졌다. 매우 도전적인 작업이다. 학교와 지하철, 길을 열었는데 이 모든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허운나=실리콘밸리에서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성공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게일=실리콘밸리는 `생각하는 법`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 사람도 물론 실패하지만 이를 그대로 두지 않고 이를 배움의 한 단계로 생각한다. 계속 비전을 실천하고 지속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실패는 배우는 과정이다. 실패하고 포기하면 정말 실패다.
-허운나=한국에서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굉장히 어렵다.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선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게일=자동차나 철강, 전자 등 하드웨어 산업은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연구도 해야 한다. 그래서 한 번 실패하면 타격이 크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지적 산업이다. 자본이 많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상상력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스타트업 기업가에게 소프트웨어를 권하는 것이다. 글로벌 IT 시장에서 애플을 예로 들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모두 안다. 애플 창의적인 성공 스토리는 날조된 게 아니라 실제 이야기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상상력만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다. 잡스는 자기 회사에서 쫓겨난 사람이다. 실패했지만 다시 한 번 잡스를 불러들였고, 지금 우리가 아는 `애플 왕국`을 세웠다. 고집 세게 계속 자기 할 일을 했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실패했지만 끊임없이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지적상상력을 현실에서 창조했다. 시스코도 마찬가지다. 회사도 부부가 창고에서 컴퓨터와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회사다. 역시 자본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수십억 달러 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허운나=부친으로부터 부동산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아시아 진출은 처음으로 이뤘다. 그런 의미에서 게일 회장도 개척자이고 스타트업 창업정신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진출, 특히 한국 진출을 결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게일=나는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를 이을 때마다 재창조하고 재구성해서 지금의 기업을 일궜다. 1920년대 할아버지는 뉴욕에서 더운 도시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바다를 매립해 별장을 지어주는 사업을 하셨다. 당시에는 헌팅턴에 작은 사무실이 하나 있는 수준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1940년대 할아버지 사업을 뉴욕에서 롱아일랜드 지역까지 확장했다.
나는 계획 도시 비전을 가졌다. 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놀고 일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도시를 계획했다. 주거만 가능한 게 아니라 교육과 하이테크 일자리, 모든 기회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계획도시를 만들게 됐다.
-허운나=스타트업 창업을 하는데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게일=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액션을 취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액션을 취하기 전에 실패가 배움의 과정임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인이 이런 도전을 두려워하는데 소프트웨어 산업은 자본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 아니다. 도전하라.
-허운나=스타트업 산업 활성화를 위해 창의적이고 도전적 인재가 많이 와야 한다. 하지만 우수한 청년층이 안정적인 직장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게일=좋은 질문이다. 나는 모든 한국인이 기업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협업을 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 본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본능을 가진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해 창업을 하지 않고 꿈도 버린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제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행동으로 옮겨라.
-허운나=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 붐 조성에 도움이 될지 조언을 부탁한다.
▲게일=나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논의가 일어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가 구동되기 위한 OS플랫폼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게 부족한데 정부에서 독려할 필요가 있다. 애플이 OS를 만들어 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이 컴퓨터 하나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듯이 한국도 대기업 수준에서 투자해 더 파워풀한 OS 플랫폼을 제공해주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스타트업 사업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허운나=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그들에게 어떤 기회가 있을지,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그들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지 에 대해 말해 달라.
▲게일=한국은 동북아 중심이라는 환상적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등이 주변에 있다. 수많은 비행기가 오고 소프트웨어 활성화 기회가 많다. 소프트웨어는 지리적 제약이 없는 산업이다. 해외진출 기회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허운나=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한국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게일=상상력을 가지고 액션을 취하라.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야 한다. 배울 기회가 많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꿈만 가지고 있지 말고, 의심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 달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 달라. 아무것도 안 하면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