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에서 온실가스 정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앙숙관계였던 두 부처는 올해 들어 갈등이 있었던 다른 분야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온실가스 정책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8일 녹색성장위원회와 지경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과정에서부터 있었던 지경부와 환경부의 온실가스 정책 주도권 다툼이 최근 `배출권거래제법` 국회통과를 계기로 극에 달하고 있다.
갈등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온실가스 정책의 주도권은 단순히 한 개 정책에 대한 관장을 뜻하는 것이 아닌 온실가스 정책을 통해 에너지공급·수요관리 정책과 산업규제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사용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수요관리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고 결국 공급 계획에서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산업계의 에너지사용량 제한은 곧 생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관리 정책은 산업체에 직접적인 규제 역할을 하게 된다.
배출권거래제법 제정으로 에너지공급·수요관리 정책을 맡고 있는 지경부는 비상이 걸렸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도입 때만 해도 총괄기관 체제를 구축해 산업·발전 분야를 쥐고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배출권거래제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를 환경부에 뺏길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목표관리제 운영 과정에서 `옥상옥`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총괄체제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에서 이 제도의 주무부처가 결정되면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 온실가스업무와 에너지업무를 총괄 관장하는 `기후변화에너지부`가 신설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경부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정책의 주도권을 넘겨주면 자칫 에너지업무를 통째로 환경부에 뺏길 수도 있다.
지경부는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발전부문만 끌어안고 가면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대응에 나섰다.
지경부는 배출권거래제법이 통과된 지난 2일 녹색위·환경부 등과 배출권거래제법 국회통과에 대한 공동보도자료를 배포하기로 했던 합의를 무시하고 `산업계에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다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4일에는 산업·발전부문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 운영규정을 개정·공고하고 6월부터 지경부 단독으로 2차 산업·발전부문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시범사업 역시 녹색위·환경부에서 산업·발전 부문만이 아닌 전 부문에서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밝혀 협의 중이었던 사항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산업·발전 부문에 대한 온실가스감축 정책 추진은 지경부의 역할로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지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수용가능성을 최대한 고려해 산업경쟁력 약화를 최소화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경부의 움직임에 대해 “지경부는 배출권거래제 제정 과정에서도 비협조에 가까운 애매한 입장을 취해 곤란하게 하더니 이제는 아예 독불장군 식으로 혼자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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