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폴리실리콘 제조기업인 한국실리콘은 지난 2009년 세계 최고수준의 `고효율 STC-TCS변환기 시스템` 개발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상용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기술력을 극대화할 R&D 예산을 넉넉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힘이 차츰 빠져갈 때 쯤 호남광역선도산업지원단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28억여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태양광산업의 핵심소재 시스템 개발에 올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월 현재 이 회사의 매출은 1650억원이며 94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중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제품의 70% 이상은 해외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탄소섬유 등 복합소재 제품 제조기업인 케이엠은 지난 2009년 미래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이 회사의 주력제품인 카본섬유제품은 대기업의 시설투자 감소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다. 매출도 100억원대에서 500억원대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기복이 심했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장고를 거듭한 케이엠은 신재생에너지에서 해법을 찾았다. 이 회사는 호남선도산업지원단과 함께 2009년부터 31개월간 `서해권역 적응형 3㎿ 풍력발전시스템` 개발에 힘을 모았다. 기관과 민간이 머리를 맞대면서 최근 3㎿급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개발에 성공했다. 올 하반기 양산에 들어가 서남해안에 세워지는 풍력단지에 공급될 예정이다. 케이엠은 길이가 48m에 달하는 초대형 블레이드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매출 60억원에서 올해 180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지난 3년간 R&D와 비R&D분야에 총 81개 과제에 1809억원이 투입된 1단계 호남광역경제권선도사업이 종료됐다.
한국실리콘을 비롯해 케이엠, 플라텔 등 이번 사업에 참여한 지역 중소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매출과 고용창출 효과도 두드러졌다. 13개 지역대학과 38개 연구기관은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마케팅 지원에 힘을 모으면서 호남광역권은 3년 연속 지식경제부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호남광역경제권을 대표하는 선도산업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부품소재다.
신재생에너지는 동북아 태양광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서남해안 풍력산업 허브구축사업이다. `친환경 녹색산업의 창조지역`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관련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주도 다음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호남권의 지리적 여건을 충분히 활용해 풍력발전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면서 3㎿급 블레이드 개발 등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광주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떠오른 광산업은 타산업과 활발히 접목되면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광주광산업체가 밀집한 첨단산단의 경우 10년전과 비교할 경우 업체 수가 400여개로 늘었고 관련 매출도 3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호남선도산업지원단은 2009년부터 태양광과 광융합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면서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광통신 붐이 일기 시작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고효율에너지 절감형 조명시장 확충을 위해 러시아 등 CIS 국가에 발품을 팔았다. 실시간 급변하는 시장정보를 얻기 위해 해외전시회에 적극 참여하면서 외국 바이어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신뢰를 얻어갔다. 당장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3년차가 되면서 주문물량이 이어졌고 4222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참여기업의 평균매출이 10배 이상 확대되자 고용 창출도 크게 늘었다.
태양광 프로젝트의 경우 1008명, 풍력 350명, 광융합 1731명, 하이브리드카 1102명 등 총 4191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첨단산업분야 육성으로 고용의 질이 높아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들 기업들이 R&D 분야를 비롯해 기획, 홍보, 마케팅, 제조분야에 인력을 대거 확충하면서 지역인재의 역외유출 현상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2단계 광역선도사업은 1단계 광역선도사업을 통해 파악된 권역별 산업집적도, 지역경쟁력, 혁신자원 현황 등을 꼼꼼히 반영해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라이프케어, 광융복합, 친환경수송기계 등 4개의 미래성장동력산업을 선정했다. 태양광 소재, 풍력시스템·모듈, 광부품 및 시스템, 신광원조명, 바이오식품, 바이오활성소재, 친환경차량 및 부품, 그린·레저선박 등 8개 프로젝트도 준비했다.
호남선도산업지원단은 오는 2015년까지 매출액 1조7800억, 수출 6300억, 고용창출 3510명을 달성할 계획이다.
김동근 호남선도산업지원단장은 “1단계 사업을 통해 광산업, 풍력, 하이브리드카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호남권의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광역연계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주시, 전남도, 전북도 등 3개 광역지자체간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간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