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써즈·틱톡 등 성공사례를 일궈낸 엔젤투자회사 본엔젤스가 새로 낙점한 회사는 e북 전문업체 `북잼`으로 확인됐다. 9일 본엔젤스(대표 장병규)와 북잼(대표 조한열)은 3억원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북잼은 애플리케이션(앱) 형태 e북을 만드는 회사. 대형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베스트셀러나 문학전집 등을 전자책으로 구현한다. 일반 전자책 서비스와 다른 점은 종이책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기존 출판 시장에서는 표지, 그림, 심지어 글자 수나 자간(字間)까지 신경을 썼지만 최근 출시된 e북은 단순히 텍스트를 모바일 화면 크기에 맞게 옮긴 데 불과했다. 북잼은 `북잼익스텐서블퍼블리케이션(BXP)`라는 포맷 특허를 받아 각 디스플레이 사이즈마다 다르게 편집한 화면을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었다.
`닥치고 정치`, `사소한 차이`, `거의 모든 IT의 역사`, `스마트워킹 라이프`, `허영만의 꼴`, `김제동의 만나러 갑니다` 등이 이 회사를 거쳐 모바일 앱으로 출시됐다. 단행본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전집, 작가별 도서 시리즈 등 다양한 형태의 e북 앱을 제작한다.
현재 열린책들·위즈덤하우스·웅진북스·푸른숲 등 40여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출판사와 긴밀하게 협조한다. 수익은 출판사와 판매액을 일정 비율로 나눈다. 지난해 매출액 약 1억원을 거뒀다. 지난해부터 이그나이트스파크 최환진 대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종이책 시장은 약 1조5000억원, 이 중 e북 시장은 약 3%에 불과해 e북 전환율이 아직 미미하다. 미국은 이미 e북 비중이 전체 출판 시장의 15%를 넘어섰다.
◇조한열 대표 인터뷰
“기술력과 조화로운 멤버 구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본 엔젤스는 지난해까지 일면식도 없던 회사에 투자를 결정했다. 엔젤투자자가 보통 투자 대상을 물색할 때 네트워크 모임에 나가거나 지인 소개를 통하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이다. 북잼에서 지난해 12월 공개된 이메일로 사업계획서를 보냈고, 수천개 이메일 중에서 눈에 띄어서 투자가 성사됐다. 결정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본엔젤스가 기존에 투자했던 곳은 대부분 우수한 개발인력을 보유한 기술 기반 회사다. 북잼 역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포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넷사랑컴퓨터와 멀티미디어 반도체 회사 칩스앤미디어에서 일했다. 유찬 기술이사는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를 나와 넷사랑컴퓨터에서 실력을 닦았다.
BXP 기술도 북잼을 만들기 전 설립했던 회사 인터큐비트에서 웹브라우저, 레이아웃 자동배치 기술을 개발했던 경험을 살려 만들었다. 조 대표는 “일반적인 책 한권은 하루, 사진 500장이 쓰이고 다양한 편집 기술이 들어가는 여행서는 3~4일 걸린다”고 말했다. iOS·안드로이드·윈도 모든 운용체계(OS)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지난해 국제도서전에 참가하고 난 뒤 출판사들이 오히려 먼저 연락이 왔다”며 “잘 편집된 e북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기자의 시사활극 주기자`는 7.99달러로 앱스토어 도서분야에서 꽤 고가로 나왔지만 3일간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 투자받은 3억원은 뷰어 기능을 갖춘 유통 플랫폼을 만드는데 투입된다. 앞으로 전자 교과서, 전자 참고서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