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합격했지만 대기업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포기했다”(홍기대,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졸업) “같은 과 친구들은 모두 임용시험 준비하지만 교사가 돼 안정적으로 사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윤지현, 건국대 교육공학과 졸업 예정) “어릴 적부터 발명에 관심 많았다. 대형마트 판촉행사 전국 매출 2위 달성 경험도 있고 실질적인 경험을 살리고 싶다”(염민지, 전남대 경영학과 졸업 예정) “응원단장 출신이다. 실제로 창업해 봤는데 듣던 것과 큰 차이가 있어 준비가 필요했다”(주민수,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NHN에서 인턴을 해봤지만 회사 모든 영역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오혜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예정)

패스트트랙아시아 첫 인큐베이팅 회사 `굿닥`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인 5인방이 스타트업 기업을 찾은 이유다. 이들은 대기업에 무난하게 합격할, 이른바 `스펙`을 갖췄다. 그런데 창업에 도전했다. 다섯 명 모두 조만간 자기 사업을 꾸릴 계획이다. 하나같이 “재미있는 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며 입을 모았다. 홍기대씨는 “10년 후를 내다보면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는 게 좋겠지만 인생 전체를 바라보면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곧바로 회사를 차리지 않고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찾은 것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수씨는 “실제로 창업을 해봤는데 준비가 부족해 실패했다”며 “이곳에서 다양한 일을 해보면서 다시 창업했을 때 어떤 식으로 일을 하면 효과적일지 배우고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인턴이라고는 하지만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아니다. 기획·마케팅·영업 전 과정에 투입된다. 아이디어도 매일 저녁 회의에서 나온다. 아이디어는 바로 다음날 실행에 옮겨 성패를 분석한다. 염민지씨는 “영업하기에 문턱이 높은 병원을 공략하기 위해 검정색 정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굿닥을 설명한 브로슈어 한 장과 `OO에 뵙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오기도 했다”며 “참신하게 승부를 거니까 흥미를 가지고 다음 방문 때 만나주는 의사들이 많았다”는 일화를 전했다. 대기업에서는 쉽사리 하기 어려운 영업 방식이지만 이곳에서는 일단 해볼 수 있다는 것. 오혜림씨는 “하루하루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고 자랑했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선 `투자는 넘치는데 인재가 없다`는 말이 종종 나온다. 그만큼 창업에 도전하는 청춘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윤지현씨는 “스타트업을 해보면서 느끼는 건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여자 친구 대부분 공무원이나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바라는데 조금 더 능동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민지씨는 “지방에서 지레 겁먹고 도전을 꺼리는 일도 많은데, 지금은 창업 환경도 좋으니 무조건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