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3.0=욕구이론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매슬로 동기이론(Maslow`s motivation theory)은 인간의 욕구를 5단계(생리-안전-소속감과 애정-존경-자아실현)로 구분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1차원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다음 욕구를 꿈꾸게 된다는 이론이다. 존경과 자아실현은 이 이론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한다. 라이프 3.0이 말하려는 것들의 기본 전제는 큰 흐름에서 매슬로 동기이론을 따른다.
라이프 1.0은 나와 가족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단계다. 경제적 수준이 낮고 사회 교류가 활발하지 않으며,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이프 2.0은 나에게 집중해 삶의 질을 높이려고 시도하는 단계다. 가족을 위한 희생을 슬며시 밀어놓고 나의 행복을 위해 하루를 사는 시기다. 라이프 3.0은 `라이프 2.0+연결`이다. 간단히 말해 내가 경험한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더 큰 행복을 얻는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연결·경험·교감` 세 키워드로 요약한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우리가 `항상`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직접 만나거나 편지를 주고받는 방식은 연속되지 못하고 중간에 끊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이어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허물어지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하면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그냥 보기만 하면 다른 사람의 경험이 나의 것이 된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제 남들에게 보여줄 나만의 콘텐츠, 즉 `경험`이 중요해진다. 이를 상업적 관점에서 보면 상품을 소유하기보다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세상에는 경험해보고 싶은 상품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것을 전부 경험해볼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품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남들이 해보지 않은 혹은 나에게만 특화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무형의 감성적인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을 보완해 오프라인 매장이 생겨나고, 시시해지면 바로 바꿀 수 있는 중고거래나 임대가 활발해진다.
연결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세상에서는 `교감`이 위력을 발휘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느끼는 바가 있으면 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각국 선거에서 SNS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이 책은 마케팅 지침서일 수 있고 IT 교과서일 수 있으며 현대철학서일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내용을 사례 중심으로 담고 있다.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답게 사진과 QR코드가 풍부하게 담겼다.
메타트렌드연구소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1만95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