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의 정보통신부] <92>하나로통신(2)

하나로통신(2)

신생기업인 하나로통신은 출범 후 발상의 전환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1997년 12월 10일 수요일.

제2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이 `비전2010`을 확정 발표했다. 세계 초일류 통신사업자로 발전하겠다는 하나로통신의 야심찬 미래 청사진이었다.

하나로통신은 1998년 1월 13일, 14일 이틀간 국민을 대상으로 액면가로 주식을 공모하면서 국내 처음 인터넷을 이용해 주식 청약을 접수했다. 사이버 청약의 시작이었다.
하나로통신은 1998년 1월 13일, 14일 이틀간 국민을 대상으로 액면가로 주식을 공모하면서 국내 처음 인터넷을 이용해 주식 청약을 접수했다. 사이버 청약의 시작이었다.

하나로통신은 이 비전에서 1999년 상반기 중 영상과 초고속 인터넷위주 시내전화서비스로 2005년 매출액 5조원, 2010년에는 매출액 15조원을 달성키로 했다. 단순한 시내전화가 아닌 음성과 고속인터넷 등 고속데이터통신과 영상전화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초고속 멀티미어 시내전화 서비스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체신부 차관, 하나로통신 회장 역임. 현 정보환경연구원 원장)의 증언.

“나는 매출 못지 않게 콘텐츠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는 속도나 품질 경쟁을 벌였지만 나중에는 그 수준이 비슷해집니다. 볼거리 즉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을 소비자는 선택합니다. 미래 비전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비전 2010작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한 권택민 하나로 경영기획 실장(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원장 역임, 현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의 말.

“하나로통신이 제2 시내전화사업자로 출범한 후 지속 가능한 미래전략을 마련해 발표한 것입니다.”

하나로통신은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울산 등 6대 광역시, 제주지역 등 전국 8개 지역서비스를 시작하고 2000년과 2001년에는 각각 인구 40만명과 20만명 이상의 전국 주요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어 2003년부터는 전국 서비스를 시작키로 했다.

하나로통신은 첫해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02년 1조5540억원의 매출로 시장점유율 20.4%를 달성키로 했다. 2004년에는 2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18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익을 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음성위주의 시내전화서비스와 차별화된 다양한 멀티미디어상품 위주로 고객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문형 맞춤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일반서비스를 가정용, 기업용, 특수상품, 멀티미디어서비스로 구분해 음성전화와 고속인터넷, 영상전화, 주문형비디오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비자 편익을 위해 한 번의 신청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번들링서비스`와 착신전환, 음성다이얼링, 전화투표 같은 부가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하나로통신은 2003년까지 총 투자액 5조8000억원의 77.4%인 4조5000억원을 전송 및 선로 등 설비부문에 투입, 광케이블과 무선가입자망(WLL), 케이블TV망을 중심으로 광대역 가입자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시설투자와 관련한 권택민 실장의 말.

“당시 IMF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은행금리가 25% 정도였습니다. 주주사의 비상임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했는데 통신기반 시설투자에 거의 반대했습니다. 신 사장께서 이들을 설득해 투자를 결정하셨습니다.”

이런 미래 청사진을 실현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었다. 시설투자에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하나로통신은 다각적인 조달방안을 모색하다 최종 국민주 공모로 자금을 마련키로 했다.

하나로통신의 납입자본금은 1조원이었다.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에 데이콤과 한전과 두루넷, 삼성과 현대, 대우, SK텔레콤 등 444개 주주사가 참여했지만 IMF외환위기로 90여개 중소주주사가 출자를 포기했다. 남은 357개사가 출자금을 냈으나 분할 납입자본금 7000억원에도 미달하는 6004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하는데 그쳤다.

12월 16일.

하나로통신은 모자라는 996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액면가로 주식을 공개모집한다고 발표했다.

하나로통신 주식 공모는 두 가지 국내 최초라는 기록을 남겼다.

하나는 일반국민을 상대로 액면가에 주식을 공모한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과 PC통신을 이용해 주식 청약을 받아 `사이버 주식공모`라는 새로운 청약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모두 하나로통신이 처음이었다.

신윤식 사장의 회고.

“사이버 주식공모는 제가 지시를 했습니다. 초고속인터넷 회사가 주식을 공모하는데 인터넷 접수는 당연한 일 아닙니까. 발상의 전환이죠.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시행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로통신이 공모하기로 한 금액은 자본금 6004억원의 17%에 해당하는 996억원이었다. 주식수로는 2000만주였다.

1주당 발행가격은 액면가 500원과 시내전화사업권 획득 시 정부에 납부한 일시출연금 450억원을 주식수로 나눈 320원을 합해 1주당 공모가격은 5320원으로 결정했다.

공모 참여자는 1998년 1월 13일과 14일 이틀간 동원증권, 현대증권과 조흥, 외환, 상업, 한일, 제일, 서울은행 등 8개 금융기관의 본·지점에 청약증거금과 함께 청약서 2통을 제출하도록 했다. 1인당 최소청약 기본단위는 개인의 경우 100주, 법인은 1000주였다.

하나로통신은 금융기관 외에 천리안(go hanaro)과 인터넷 홈페이지(www.hanarotel.co.kr)에서도 접수를 받았다.

하나로통신은 공모에 참여한 주주들이 향후 자사고객으로 가입하는 경우 전화가입비를 완전 면제해주고 시범서비스기간 중 시내전화 무료통화 등 보유 주식수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준다고 밝혔다.

하나로통신은 공모증자와 관련 “우리나라의 대표적 통신사업자 중 하나인 SK텔레콤과 데이콤의 경우 최근 주가가 약 50만원과 6만원 수준으로 공모가인 13000원과 12000원에 비해 4∼37배나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면서 “하나로통신의 이번 주식 공모에 참여하는 투자자들도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윤식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식공모 배경과 앞으로 계획을 소상히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국민을 대상으로 주식공모를 한 배경은.

▲지난 9월 출범 당시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 등으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자본금 납입이 순조롭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모든 국민을 고객으로 시내전화서비스를 제공할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만큼 이같은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 효율적 경영을 통한 사업성과를 국민과 함께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래 유망업종인 정보통신사업에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는 일반국민을 주주로 모셔 회사의 발전을 도모함은 물론 국민기업으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공모증자의 규모와 주당가격은.

▲하나로통신의 357개 주주사가 납입한 초기자본금 규모는 6004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출범 때 초기 자본금 규모를 7000억원으로 유지할 것을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이번 증자 규모는 그 차액인 996억원이며, 주식수로는 2000만주가량 된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시내전화사업권 획득 당시 사업허가조건으로 정부에 납부한 일시출연금이 450억원으로 이를 모든 창립주주들이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자본금 7000억원을 기준으로 했을때 약 320원이 된다. 따라서 1주당 공모가격은 액면금액 5000원에 일시출연금 분담액 320원을 합한 5320원이다.

-공모대상과 향후 일정은.

▲공모대상은 개인이나 법인 기업체들이 자유롭게 청약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최대한 많은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인당 최소 청약주식수는 개인이 100주, 법인은 1000주를 기본단위로 접수를 받습니다.

청약접수는 내년 1월 13, 14일 이틀간 실시하며 1월 20일 청약신청결과에 따른 배정주수 발표와 청약신청금 환불을 실시하고 이어 21일에는 주금납입, 22일에는 증자 등기순으로 공모증자를 마칠 계획이다.

-공모에 참여할 경우의 어떤 기대효과가 있나.

▲하나로통신은 사업개시 후 최단시간 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계획이다. 정보통신업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다. 이번 주식 공모에 참여하는 국민들도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 아울러 주주가 되면 전화가입비 면제, 시범서비스기간 중 시내전화 무료통화 등의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듬해인 1998년 1월 15일.

공모주 청약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월 13일과 14일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접수한 결과 1000억원이 넘은 현금이 들어왔다. IMF체제 아래에다 극심한 경기침체임에도 996억원 공모에 28000여명이 1093억원을 입금했다. 평균 1.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첫날부터 청약자들이 몰려 1000만주 금액으로 532억원을 넘었다. 법인보다 100단위의 소액주주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국내 처음 실시한 인터넷과 PC통신 천리안을 이용한 주식 청약자들이 1700여건에 달했다. 하나로통신이 시작한 인터넷 공모는 `사이버 주식공모`라는 새로운 청약모델을 제시했다. 하나로통신은 주식공모로 996억원의 자본금을 차질 없이 마련했고 납입자본금 7000억원을 확보했다.

하나로통신은 자금난이라는 첫 고비를 정면 돌파하면서 꿈과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