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쿠스코의 황금지팡이

[ET단상]쿠스코의 황금지팡이

남미 안데스 지역 최대 문명을 형성했던 태양의 나라 잉카제국. 이 나라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세계의 배꼽이라는 뜻이다. 잉카신화에 의하면 티티카카 호수에서 태어난 만코 카팍이 황금 지팡이를 두드리자 기적처럼 땅이 열리며 지팡이를 삼켰고, 그 지점에 주춧돌을 놓아 세운 도시가 바로 현재의 페루 남부에 있는 쿠스코였다.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와 함께 널리 알려진 관광도시 쿠스코는 1532년 스페인 피사로에게 정복될 때까지 인구가 100만명을 넘을 정도로 번성했다. 1824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이후 세계적 관광명소로만 알려져 있던 페루가 이제 에너지·자원이라는 새로운 황금 지팡이를 가지고 힘차게 일어서고 있다.

한반도 면적 여섯 배, 2900만명 인구를 가진 페루는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이 5172달러로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처럼 보인다. 하지만 페루는 은(세계 1위), 구리(세계 2위), 아연(3위), 주석(3위) 등 엄청난 광물자원 매장량을 자랑한다. 최근 대형 가스전과 유전이 발견되는 등 에너지·자원 부국으로 떠올랐다. 현재 페루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경제성장을 이끌면서도 제조업 등을 육성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개방과 자유경쟁을 경제정책 기조로 삼아 외국 자본 유치와 개방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7.2%를 기록했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2010년 8.6%, 2011년 6.8% 성장하는 등 중남미 국가 중 단연 돋보인다.

과연 페루는 한국에 어떤 존재로 다가서는가.

일반적으로 페루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꼬박 하루를 가야 할 정도로 먼 세계적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페루는 한국과 무역 및 투자관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우리 기업 진출도 활발하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006년 10억달러에서 2011년 33억달러로 5년 만에 세 배 이상 급증했다. 페루의 수도 리마 시내는 어디서든 한국 차를 볼 수 있고 한국산 전자제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작년 말 기준 42개 기업이 진출해 약 17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중남미 국가 중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다.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과 SK이노베이션, 고려아연 등 민간 기업이 다양한 광물자원과 석유·가스 탐사, 개발 및 생산활동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작년 8월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 남미와는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자유무역협정(FTA)도 발효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우말라 페루 대통령이 방한했다. 우말라 대통령은 2004년 주한페루대사관에 무관으로 근무한 경험으로 한국에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다. 정부는 이런 기회로 에너지·자원 및 산업 분야 협력 관계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우리 기업의 페루 에너지·자원 개발과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난 2003년 이후 다섯 번에 걸쳐 페루와 자원협력위원회를 꾸준히 개최했다. FTA에도 에너지 및 광물자원분야 협력을 명문화했다.

정부는 우말라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페루 통상관광부와 한·페루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양국 간 체계적 산업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FTA 체결 이후 급증하는 무역과 투자관계를 지원하고, 우리 기업이 페루 IT, 인프라 등 대형 프로젝트에 원활히 진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페루를 한국의 산업 및 자원 분야 중점협력대상국가로 정하고 각종 협력사업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기업도 페루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진출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페루 등 남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지속 투자로 옛날 잉카의 수도 쿠스코가 삼켰다는 황금 지팡이를 찾기를 기대한다.

우태희 지식경제부 주력시장협력관 michael@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