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전력수요 규제나 애국심에 호소하며 시장을 끌고 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며 적어도 발전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만큼은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격신호가 소매시장에 전달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가격이 바뀌는 시스템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정책결정자들이 고민해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전력공급자들의 합리적인 수요예측과 원가절감을 위한 경영합리화, 수요관리 사업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도 짚었다.
이승훈 서울대 교수는 “9·15 정전사태 이후 정부의 정전TF를 활동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지난해 두 차례 9.6% 인상한 요금이 원가수준을 조금 따라왔을 뿐 인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전력이 최근 13.1%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이보다 더 인상해야 한다”며 “이를 적용해도 연료비 상승비율이 높아서 원가보상률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번에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는 건 물가정책에 무리가 있지만 실질적인 절대가격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박희천 인하대 교수는 “지금 워낙 전력예비율이 낮아, 발전소 한두 개 멈추면 바로 블랙아웃이다”라며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국가 에너지안보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1차에너지 44%가 전력생산에 투입되고 있는데 과거 20% 수준이었다”며 “우리나라는 35% 수준이 적당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전력가격이 과소비를 부추겨 44%가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요금조정 당시 약 10%의 추가 인상요인을 물가정책을 고려해 다음으로 미뤘다. 이후 국제유가의 상승이 지속돼 현재는 약 13~15% 정도의 인상요인이 잠복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가 직접 요금을 규제하는 경우에도 선진국은 연료비 변화가 적기에 요금에 반영되도록 1~2개월마다 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연동제`라는 요금조정체계를 갖고 있다”며 “연료비 변동을 제때에 요금에 반영해주는 것이 요금조정의 핵심이며 이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먼저 국민들의 수용성을 감안해 10% 이내의 전기요금 인상과 연료비연동제를 동시에 시행하고 남아 있을 4~5%의 인상요인은 내년 상반기의 요금조정으로 완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수 에너지관리공단 기술이사는 “전압별 요금제도 시행으로 교차보조를 해소하고, 전력수급안정을 위한 부하관리 요금제(CPP)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용도별 요금체계를 공급원가에 기초한 전압별 요금체계로 단계적으로 변경해 교차보조 해소와 가격 왜곡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전체 전기요금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전력피크 기간에는 높은 요금을 그 이외의 기간에는 낮은 요금 적용하는 부하관리 요금제도 역시 전력과소비를 막기 위한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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