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연구원(KETI)이 스마트그리드 국제표준을 선점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전기표준회의(IEC)는 전자부품연구원이 제출한 `에너지절감시스템(ESS) 표준안`의 기술규격서(TS) 발간을 최근 확정했다. IEC 회원국 중 관련 투표권을 가진 24개국 가운데 16개국이 참가해 만장일치로 TS 발간을 확정했으며 이르면 7월 TS 발간이 완료된다.
TS는 국제표준(IS) 바로 전 단계 등급으로 분류된다. 상용화 이전의 기술에 대해서는 보통 IS를 발간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TS 발간 확정은 사실상 세계 스마트그리드 국제표준을 선점한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ESS는 가정이나 빌딩에서 기기별로 소비되는 전력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등 전력공급을 제어할 수 있는 전력 절감 시스템이다. 표준안에는 대기전력차단장치 전문 업체 이지세이버의 `통신대기전력 차단 자동전원차단 콘센트 기술`이 포함됐다. 통신대기전력은 스마트그리드 환경 구축 시 가전기기 등이 통신을 위해 24시간 대기하면서 소모하는 전력이다.
세계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스마트그리드는 각국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특정 국가의 제안이 국제표준 채택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일본에서 수십 건의 제안을 했지만 모두 국제표준 채택에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장기간에 걸친 노력과 지식경제부 등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결실을 거뒀다. 지난 2007년부터 관련 작업을 시작했으며, 2009년 2월 기술표준원을 통해 IEC에 공식 신규 국제표준안(NP)을 제출했다. 같은해 10월 IEC로부터 NP 채택 통보를 받아 프로젝트를 본격 진행해 이번에 TS 발간이 확정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최광순 전자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스마트그리드는 아주 큰 시장이지만 인프라를 구축해 실제 효과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며 “ESS는 스마트그리드가 본격 활성화되기 전 과도기에 중소기업이 판로를 확보하고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