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델 CIO 포럼 2012` 콘퍼런스 현장. 빅데이터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던 사회자가 돌연 청중석으로 나와 한 최고정보책임자(CIO)에게 돌발 질문을 던졌다. “당신 회사에서 빅데이터 시대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CIO BIZ+]글로벌 리포트/ 델에서 기업의 미래를 보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205/281422_20120513165523_094_0001.jpg)
CIO는 대답했다. “분산형 데이터 처리 오픈 소스 플랫폼인 하둡을 이용해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는 4200만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카카오톡의 CIO였다. 지난달 말 서버 과부하로 4시간 동안 서비스를 하지 못해 `카톡 대란`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냈던 카카오톡이 다가올 미래를 위해 단단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IT서비스업체 두산정보통신, 호스팅업체 심플렉스인터넷 등 각기 다른 분야 중견·중소기업 CIO 역시 이 포럼에 참석해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었다.
기업 비즈니스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 환경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들에 위기가 될 수도,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델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을 위해 기업용 솔루션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미 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델이 관련 솔루션까지 발표하면서 진정한 엔드투엔드 전략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최근 델은 IT업계 최대 화두인 빅데이터 솔루션을 내놨다. 델의 전략은 간단하다.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빅데이터 솔루션을 중견 중소기업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업계에서 데이터 분석 툴로 널리 쓰이고 있는 `하둡`을 사용해 고객이 그간 쓰고 있던 제품과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빅데이터를 통해 빅 인사이트(큰 통찰력)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리 하 델코리아 상무는 “조그만 데이터에서도 큰 통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PC 제조업체 이미지를 버리고 기업용 솔루션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설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앞서 델은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부문을 보강했다. 최근 인수한 업체만 해도 9개에 달한다. 마이클 델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업의 컴퓨팅 환경이 변하면서 관련 시장은 델에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한 업체들 성격도 다양하다. 헬스케어를 주력으로 하는 IT서비스 기업인 페로시스템을 비롯해 가장 최근에 인수를 완료한 네트워크 기업 포스텐,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인 부미 등이 있다. 델은 이같은 엔터프라이즈 제품군에 최근 인수합병한 와이즈테크놀로지, 메이크테크놀로지스, 크레러티 등의 기술을 결합해 클라우드 시장에 좀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델의 엔터프라이즈 부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델코리아는 지난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10% 성장했다. x86서버의 경우 26%의 시장점유율로 2위 자리를 굳혔다. 피터 마스 델코리아 대표는 “한국 내 대부분 인터넷 포털은 델 서버를 사용하고 있으며 KT U클라우드 등 통신사업자도 마찬가지”라며 “단순히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종합 컨설팅 서비스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델코리아가 IBM, HP 등에 이어 3년 내로 1조원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점쳤다.
앞으로 델의 행보는 어디까지일까. 콘스텔레이션 리서치의 레이 왕 애널리스트는 “델은 더 많은 인수합병(M&A)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델이 BI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미진한 부분이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델이 M&A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왕 애널리스트는 “IBM, HP 등 선두업체와 경쟁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밋 미다 델APJ 회장
“델은 지난 2~3년간 많은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현재 매출 50%는 PC와 모바일이 차지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솔루션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밋 미다 델 아시아태평양&일본(APJ) 회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델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전략이 시장에서 서서히 반응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연도 2012년 4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매출에서 서버와 네트워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14%, 스토리지가 3%로 급성장했다. 그는 “델은 그간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인적쇄신, 부서개편 등을 단행하며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시장 진입을 위한 초석을 다져왔다”며 “올해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델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다양한 엔터프라이즈 영역으로 손을 뻗쳐 지난 몇 년간 부미, 인사이트원, 이퀄로직, 컴팰런트, 오카리나 등의 업체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앱어슈어, 소닉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진정한 엔드투엔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미다 회장은 “최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스페셜리스트(전문가) 600명을 채용했다”며 “이들은 기업들이 적재적소에 IT제품을 배치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타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델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필립 데이비스 델 APJ 부사장은 델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쟁사의 제품이 특정 솔루션만으로 구성되고 지원되는 것에 비해 델은 개방적이고 확장성이 뛰어나다”며 “게다가 온라인 제품 판매를 통해 PC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낮춰 공급한 경험이 있어 이를 고스란히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석한 피터 마스 델코리아 대표는 “델은 이제 PC나 노트북 등 단순히 하드웨어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아닌 기업에 신속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앞으로 차세대 기업 솔루션으로 `유닉스 마이그레이션` `클라우드 서버` `가상화 및 VDI` 등 세 가지 영역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