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전야제 겸 개막식을 시작으로 `2012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가 93일간의 대장정에 올랐다. 해상무대인 빅오(The Big-O)에서 펼쳐진 뉴미디어쇼와 불꽃 분수 쇼는 여수엑스포를 찾은 손님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끌었다. 첫 단추는 잘 꿴 셈이다.
그러나 개막 당일 곳곳에서 미숙함이 노출됐다. 바다에 기둥을 내려 지은 주제관이 대표적이다. 사전예약을 했음에도 40~50분 넘게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관람객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4개 공연장으로 구성된 주제관을 모두 구경하는데 소요되는 30여분을 훌쩍 뛰어넘는다. 더 큰 문제는 좁은 공연장과 매끄럽지 못한 안내, 수준 낮은 영상 콘텐츠 등이다. 한 번에 100여명이 들어가면 앉을 곳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 관람객들을 몰아넣고 상영물이 끝났는데도 적절한 안내멘트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장면이 속출했다. 비좁은 공연장은 화재나 작은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구조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역시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다. 더욱이 모 방송사가 최근 방영한 자료를 짜깁기한 내용을 내보내는가 하면 그나마 상영물이 끝나도 다음에 어떻게 하라는 안내 없이 상영물만 자동으로 반복 재생됐다. 진행 역시 한국어만으로 이뤄져 국제행사를 무색하게 했다.
반면 SK텔레콤·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민간 기업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관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개별기업의 특정 제품이나 기술을 노골적으로 홍보하기 보다는 환경이나 지속가능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와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가 바라는 것처럼 여수엑스포가 88 서울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의 생산 유발효과를 뛰어넘으려면 하루빨리 주먹구구식 운영을 벗어던지고 콘텐츠도 글로벌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