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기반으로 많은 창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청년CEO를 꿈꾸는 대학생이 크게 늘면서 창업 지원은 이제 대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역량으로 발전했다. 교과부도 대학 창업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학 창업 문화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를 바탕으로 창조적 기업을 키우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키우기 위해 대학이 찾은 해법이 바로 창업이다. 많은 대학 중 학생 창업 지원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대학 중 하나가 연세대학교다.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이 정갑영 연세대 총장을 만나 대학 창업과 창업 문화 확산을 위한 대학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대학은 창업을 학교 핵심 역량으로 꼽는다. 창업 선도대학은 창업지원단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대학 창업 문화와 지원 방향에 대한 평가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연세대는 1999년 창업보육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꾸준히 학생 창업을 지원해 왔다. 우리 대학에서도 창업 붐이 일면서 매년 많은 학생이 창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창업 붐은 학생 스스로가 아닌, 정부주도형 또는 대학주도형 창업 활성화가 아닌가 한다. 정부가 많은 자금을 들여 창업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대학도 연계해 학생 창업 교육에서 사업화 성공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보고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정부와 대학이 창업 기반을 조성했다면 앞으로는 학생이 기업가정신을 함양해 능동적으로 창업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학생주도형 창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창업 전반에 대한 지원 방향을 재설정해 진정한 학생창업 붐이 일어나도록 보조해야 한다.
-허운나=창업 열풍이 불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대학 역할도 커지고 있다. 창업 열풍 확산을 위해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정갑영=한마디로 학생이 창업하기 좋은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학생이 창업을 하려해도 창업에 대한 경험과 정보도 부족하고, 학업과 병행해 창업에만 집중하기 힘들다. 대학은 학생이 쉽게 창업을 준비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창업 준비 과정에서 창업 후 과정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연세대는 벤처학연계전공 등 학점인정제와 교내 학생벤처센터를 통한 창업 공간·사업화 지원 등 창업 기반을 조성해 학업과 창업을 효율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연세대 지원체계가 다른 대학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허운나=창업 열풍 속에 대학가 모습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각종 창업경진대회와 관련 수업이 인기를 얻고 대학생 창업자도 늘고 있다. 총장님이 느끼는 변화에 대해 얘기해 달라.
▲정갑영=최근 창업 열기는 창업 강좌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1개 창업 강좌에 57명의 학생이 참여했지만, 지난해에는 6개 창업 강좌 758명의 수강생으로 교육의 질적·양적 향상을 보였다. 창업 강좌는 수강신청기간 조기 마감되는 대표 인기 강좌가 됐다. 경진대회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최근 창업 아이템은 단순 서비스뿐 아니라 기술집약적이고 바로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예전에는 학생이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창업지원단을 찾아 적극적으로 창업에 대해 알아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허운나=대학에 변화가 있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은 대기업 취업과 국가고시 등만을 진로로 생각한다. 우수 학생이 더욱 많이 창업에 나서 창조적인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갑영=창의적이고 우수한 학생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험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 아직도 `창업`이라고 하면 어렵고 위험하며 자본이 많아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 또 창업에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변화를 위해선 창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고취시켜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대학은 창업 강좌와 경진대회, 창업 성공사례 등을 적극 홍보해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노력이 쌓이면 더 많은 학생이 창업을 주요 진로 중 하나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허운나=청년 창업가 양성을 위해 기업가정신이 중요하다고 꼽는다. 기업인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과 학계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이 조금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총장이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정갑영=기업인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기업의 본질인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 마땅히 갖추어야할 자세나 정신이다. 학계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과거보다는 항상 현실에 중점을 두고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실현해나가는 힘이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이다.
-허운나=정부와 대학, 지자체가 나서 창업 지원에 열심이다. 창업 열기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보완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지금 창업 문화의 아쉬운 점은.
▲정갑영=창업 지원 열기는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창업문화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인다. 취업에 대안이라는 인식과 함께 지금 당장 창업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준비가 부족한 창업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교과부와 중기청· 지자체에서 창업과 관련한 많은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당장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면 과제 해결 측면에서 경쟁적으로 창업자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부는 대학과 함께하는 창업 기반과 창업 붐 조성에 역량을 두고 중기청은 창업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초점을 둬야한다. 지자체는 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사업을 중심으로 유관기관 협력형 창업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허운나=연세대는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실제 우수한 학생 창업자를 여러 배출하기도 했다. 연세대의 여러 창업지원책 중에 대외에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
▲정갑영=먼저 4단계 기업 맞춤형 창업지원시스템이다. 1단계는 창업 준비·창업 기반 조성, 2단계는 예비창업, 프리-BI(Pre-BI), 3단계는 성장, 4단계 사업 안정화로 구분해 단계 별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시행하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창업 후 지원까지 체계적 지원으로 스타트업기업 성공을 돕는다. Post-BI 모델은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체계적 창업지원시스템의 핵심이다. 연세대는 그동안 4개의 코스닥 상장기업을 발굴했다. 졸업 기업이 100개다. 4% 상장은 미국 벤처캐피털이 말하는 1%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연세대의 선도적 창업지원 모델의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
-허운나=청년 창업자가 성공을 위해 가져야 할 핵심역량과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갑영=“나도 창업을 해서 성공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큰돈을 벌어보고 싶다거나 자신만의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등 창업 동기도 다양하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청년 창업자가 성공을 위한 핵심역량은 △CEO 역량 △사람 △사업 아이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CEO 역량`은 벤처와 같은 소규모 조직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고, `사람`은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와 그 아래 우수한 인력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수한 `사업 아이템`이야말로 창업의 기본이다. `행운`을 꼽은 것은 99%의 노력이 있음에도 1%의 행운이 필요하듯이 준비된 벤처에도 사람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는 배움의 과정이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창업자라고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을 리 없다. 앞서 말한 핵심역량을 갖추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다보면 어느새 성공한 창업자가 돼 있을 것이다.
-허운나=시대의 멘토로서 창업을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정갑영=연세비전 2020에 `섬김의 리더십`이 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봉사와 헌신으로 남을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권위를 얻는 리더십을 말한다. 아무리 성공적인 창업가가 되었다 하더라도, 섬김의 리더십 없다면 사회로부터 존경 받을 수 없다. 창업에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성공보다는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갖추고 창업을 준비하길 바란다. 섬김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젊음과 열정을 무기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