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인 잡아야 글로벌 넘버원

성장이 정체된 세계 PC 기업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세계 PC 소비율의 20%를 차지하는 국가, 2015∼2016년 미국 PC 시장의 배가 될 정도로 엄청난 성장 기회가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반드시 공략해야 할 전략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HP는 PC사업 매각 결정을 철회한 뒤 첫 공식 행사 지역을 중국으로 잡았다. 매년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하던 대규모 제품 발표 행사를 중국에서 연 것이다. 행사장에 깜짝 방문한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부문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HP의 중국 사업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국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HP는 중국을 단순 생산기지가 아닌 기술, 디자인 등 핵심 연구개발(R&D) 지역으로 삼고 있다.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현지에 특화된 디자인을 연구해 제품에 반영한다.

휘트먼 CEO는 한 달 새 수차례 중국을 방문해 정부 고위층과 만나고 공공과 기업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국 제품과 기업 호의도가 높은 중국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존심을 건 프리미엄 노트북 `뉴 시리즈9`을 중국에서 처음 론칭했다. 오는 19일에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육상대회도 후원한다. 애플은 곳곳에 들어선 리셀러숍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델, 에이서, 아수스 등 PC 제조사도 적극적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업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넓은 지역, 정립되지 않은 불투명한 유통망 등은 직면 과제다. 다른 국가보다 10배 이상 복잡한 유통 구조는 사업에 치명적이지만 `중국 시장을 잡지 않으면 세계 1등을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포기할 수 없다.

이제 중국은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넘어섰다. 생산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리서치, 디자인 등 다양한 핵심 영역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다양한 투자로 공략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대륙을 달구고 있다.

상하이(중국)=배옥진 소재부품부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