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이긴 유럽 기술 `SSPL` 국내 뿌리 내린다

유럽이 미국 제조업에 앞서 나가기 위해 1990년대 초반부터 개발·적용한 소프트웨어(SW) 개발방법론 `SSPL(Software & System Product Line)`이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릴 전망이다.

미국 제조업 이긴 유럽 기술 `SSPL` 국내 뿌리 내린다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KOSTA·회장 이단형)는 지난 16일 서울 가락본동 정보통신산업진흥원 5층 대강당에서 `SSPL 워크숍` 수료식을 진행했다.

SSPL 워크숍은 SSPL 서적과 논문을 선정해 지난해 9월부터 매주 1회씩 33차에 걸쳐 발표 및 심층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수옥 LG전자 상무, 서경석 아던트컨설팅 부사장, 박문구 KPMG 상무, 서동권 현대엠엔소프트 기술소장 등 산·학·연 관계자 24명이 참여해 연수를 받았다.

수료자들은 올 7월부터 세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소속 기업과 조직 SSPL 적용 진행 사항을 논의한다. 각각의 시행착오와 성공사례, 지식을 공유하고 공통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적용 성공사례를 만들어 국내 SSPL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단형 KOSTA 회장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많이 늦었지만 SSPL 워크숍 수료생들이 중심이 돼 국내 SW 기술 역량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SSPL이 국책 과제로 추진돼 보급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SSPL은 유럽 제조 분야 대기업이 SW 경쟁력 측면에서 미국을 앞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기술이다. 자동차, 항공기, 의료기기, 통신기기 등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SW 연구개발(R&D) 과제에 SSPL을 적용하고 있다. 보쉬, 지멘스, 필립스, 에어버스, 노키아, 에릭슨 등 20개 이상 주요 기업이 SSPL을 적용했다.

SSPL은 다품종 다수고객을 위한 맞춤생산을 위해 SW의 아키텍처나 컴포넌트 등 핵심 자산을 재사용하는 개념이다. 대신 가변 요소만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각각 제품과 모델별로 필요한 SW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제품을 조립해 찍어내듯 SW 개발 공정도 집약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만큼 원가절감, 품질개선, 적기출하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지식의 폭과 깊이가 상당해 쉽게 적용하기가 어려운 방법론이다. 유럽도 대기업이 협력해 20년에 걸쳐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 내에 국내 기업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SSPL 워크숍 수료자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수료자 소속 기업 중 현대엠엔소프트와 MDS테크놀로지가 SSPL 시범과제 적용 사업을 시작했다. 시범 검증 후 전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도 관련 팀을 구성하고 있다.

서동권 현대엠엔소프트 기술소장은 “시범과제를 통해 검증이 끝나면 적용에 필요한 툴을 우선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유럽이 20년에 걸쳐서 진행할 것을 단기간에 적용하려면 여러 기업의 상호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