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부산 라우터 개설에 증권업계 `법적대응` 검토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파생상품 주문접속장치(라우터) 부산 추가 개설을 앞두고 증권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라우터 개설 중지 가처분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증권·선물업계 최고정보책임자(CIO)협의회 회장인 이상윤 유진투자증권 전무는 “대부분 증권·선물회사는 거래소가 추진하는 부산 파생상품 라우터 설치에 반대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증권업계는 거래소가 예정대로 내달 4일 부산 라우터를 개설하면 부산 라우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개설 중지 가처분신청을 비롯한 법적 대응도 추진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파생상품 라우터를 부산에 개설하면 서울에 파생상품시스템을 두고 있는 증권사들은 매매체결 속도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부산에 파생상품시스템을 두고 부산 라우터에 접속할 때와 서울에서 접속할 때 3.5ms(1000분 1초)의 속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 라우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일반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게 증권업계 주장이다. 주문전용선(DMA)을 이용하는 외국계 및 기관투자가는 직접 부산 라우터에 접속할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는 사전 원장 확인 때문에 서울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이상윤 전무는 “부산 라우터 개설은 DMA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특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부산 라우터 개설은 금융당국과 6개월 동안 협의를 진행, 관련 제도를 변경하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한 후 실시하는 것”이라며 “지리적으로 발생되는 속도 차이는 부득이 한 것이고 일반투자자는 속도에 민감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부산 라우터 개설은 당초 계획대로 6월 4일 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선물사의 비용을 가중시킨다는 것도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부산에 파생상품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할 경우 코스콤 산정 기준으로 6억~8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한 증권업계 CIO는 “코스콤이 부산에 공동IDC를 구축해 입주 회사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거래소는 오히려 증권업계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코스콤 공동IDC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업계와 거래소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은 법적 대응 검토에 착수했다. 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라우터 중지 가처분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4일 부산 라우터가 개설되면 법적 대응에 나서는 증권사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부산 라우터 개설에 반대하는 증권·선물사는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선물 등 28개 거래소 회원사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