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티핑포인트 마련 급한 국산 건물용 연료전지](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5/17/281518_20120517170301_581_0001.jpg)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상용화를 향해 달려온 건물용 연료전지 역사 10여년을 돌아보면 이 말을 실감한다. 연료전지라는 말이 생소하던 2001년, 정부는 연료전지의 가장 기본인 단위전지 개발을 국가 연구개발사업으로 지원했다.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다변화와 더불어 일자리를 창출할 미래 성장동력 산업 육성을 위해서였다. 정부는 개발 로드맵을 만들었고 산업계는 로드맵에 따라 핵심 부품을 개발했다. 개발한 부품을 적용한 주택용 시스템을 만들어 2006년부터는 시스템 210기를 전국 공공기관에 설치 운영하는 실증사업을 수행했다.
2010년부터 그린홈 100만호 사업 일환으로 전국 민간 주택에 건물용 연료전지 300여대를 설치해 에너지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부품 국산화율도 90%에 이르렀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지식재산도 확보하는 등 연료전지 기술을 세계 3∼4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런 일을 우리만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이기고 싶어 하는 대상들은 더 큰 규모로 더 열심히 했다. 해외 건물용 연료전지는 주택용을 중심으로 2010년 말 기준 이미 2만여대가 설치돼 시장 규모가 8000억원에 이른다. 2015년께는 26만대로 시장 규모가 약 5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일본과 미국은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했다. 일본은 제조사와 가스회사들이 연합해 `에네팜(ENE FARM)`이라는 국가 브랜드로 1㎾급 주택용 연료전지를 홍보했다. 대량생산으로 원가절감을 꾀했다. 올 한 해 1만5000대를 생산한다. 유럽은 올해부터 보일러를 대체하는 주택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양산해 2015년 연간 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산·관이 협력한다. 독일은 올해 주택용 연료전지 2250기를 실증한다. 덴마크도 수소연료전지 도시프로젝트에 약 300만달러를 투자한다.
우리가 몇 년간 시스템 수백대를 보급하는 동안 그들은 생산량을 수만대로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산업 전체의 부품·소재는 물론이고 연관산업 가치사슬을 확고히 했다. 그들은 내수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을 그들이 진출할 시장으로 정의했다. 개발비도 투자하지 않은 몇몇 국내 기업이 앞서서 국내에 외산 제품을 도입해 유통 이윤을 챙기려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더 염려되는 것은 기술 없이 외산 제품을 국내에 무분별하게 들여오면 유지보수 등의 미흡으로 초기 시장에서 소비자의 연료전지 인식이 저하돼 국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건물용 연료전지는 지난 10여년간 경제성 확보가 가장 빠르게 이뤄지는 주택용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과 제조사 개발비 투자로 세계적 기술 수준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내 제조사는 초기 시장 창출의 어려움, 해외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해 규모의 경제가 미흡한 난관 속에서 사업을 지속하고 추가 개발비도 계속 투자해야 한다. 더욱이 국내 지원 사업은 생산 대수 정체에도 불구하고 보급 기준가격이 계속 내려간다.
연료전지는 수많은 부품·소재 기업의 참여로 산업화되는 분야다. 가전·보일러·자동차 분야 공급업체가 참여할 수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연료전지 분야는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도 있고 성장할 100년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이 보다 적극적 초기 시장 창출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 규모의 경제와 가격 절감을 달성하면 해외 사업자와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바로 지금이 국내 사업 활성화는 물론이고 수출 산업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티핑포인트`를 마련할 시점이다.
신미남 퓨얼셀파워 대표 mshinn@fuelcellp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