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품 물류업계가 자국과 중국에 집중한 물류 거점을 한국으로 옮긴다.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를 겪은 일본 전자 업계가 자연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물류 시장성 있는 지역으로 우리나라를 꼽기 시작했다. 자국 내 제조업이 위기를 맞은 뒤 해외로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데 이어 물류 기지까지 한국으로 옮기는 추세다.
일본 전자부품 전문 물류업체인 알프스물류는 지난해 3월 국내 한국알프스물류(대표 시노 자와 타쓰노리)를 설립했다. 일본 물류 업체 중 가장 늦게 한국에 진출한 이 회사는 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5%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세계 지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시노자와 한국알프스물류 대표는 “한국은 세계 전자 업계를 이끌어가는 스마트폰 제조 기업과 자동차 제조사가 있는 중요한 국가”라며 “아시아 최대 전자부품 수출입 국가인 한국에 거점을 세우는 것은 물류 업계의 절대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자연 재해가 적고 생산라인에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와 계속되는 엔고(円高)도 한국 진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본 물류 업계의 주된 매출원은 창고업이다. 일정 기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재고를 물류 창고에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제조라인에 공급한다.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는 부품 공급망을 붕괴하며 완제품 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도요타는 미국 제조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며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부품 공급에 시련을 겪은 업계의 끊이지 않는 화두는 재고 확보다. 한국은 지진과 홍수 우려가 적고 중국·일본 생산 공장과도 가까워 부품 재고를 보관하기에 적격이다. 시노자와 대표는 “최근 짧게는 3주, 길게는 수개월 동안 재고 보관을 원하는 기업이 는다”며 “한국지사 총매출의 30% 정도가 창고업에서 생겨난다”고 말했다.
엔고 현상은 한 요인이다. 한국 거점은 창고 건설과 운송수단 확충, 장비 구입 등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전자 부품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보관에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습도·온도와 같은 보관 환경은 물론이고 미세 먼지와 정전기가 발생해 부품이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 중에는 부품 전문 물류업체가 거의 없다. 대부분 다국적 배송업체에 위탁한다. 일본 물류업계는 그동안 자국 내에서 축적한 재고관리 기술과 노하우로 한국 부품 유통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부품 물류는 블루오션”이라며 “근래 알프스물류·일본통운·유센항공 등 일본계 물류 회사들끼리 경쟁을 벌인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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