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 릴레이 인터뷰]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18세, 청소년 창업자라는 유명세, 빚 2000만원. 10년 전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를 묘사하면 이렇게 초라한 문장이 나온다. 그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창업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스타트업 CEO 릴레이 인터뷰]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16세에 창업해 고등학생 창업자로 매스컴을 탄 뒤 약 13년은 양 대표에게 세상이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창업은 거룩한 게 아니고 생각하는 게 발현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배웠다. “사람들에 의해 성공할 생각을 해야 한다, 평판이 나쁘면 두 번 기회는 안 준다”라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감이 없었다, 당시 정부에서 고등학생 창업 활성화 한다고 모임 만들어 운영하고 그랬는데 지금 남은 사람은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정도밖에 없다.” 많은 10대 창업자가 화려하게 조명 받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에 대해 양 대표는 “허영심을 자극하는 허상들이 많은데, 착각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사업 때는 영악한 여자들이 주변에 모여들었다. 공동창업자들끼리 내분이 생겼다. 두 번째 사업은 스케일이 조금 더 커졌다. 함께 사업을 하자고 찾아온 20대 초반 남성 조모씨와 3D로 모델에 옷을 입혀보는 획기적인 쇼핑몰을 차렸다. 정부지원금 10억도 탔다. 돈이 생기자 조모씨는 포르셰 자동차를 사고 룸살롱을 다니며 연예인과 접촉했다. 급기야 조직폭력배와도 연루됐다. 양 대표는 그 지경에 이르자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인연을 끓었다. 고등학교 3학년생 양 대표가 손에 쥔 건 빚 2000만원이 전부였다. 어린 나이에 인생 공부를 톡톡히 한 셈이다. 양 대표는 “허상을 쫓던 그 사람은 지금 교도소에 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한동안 IT기업 7곳을 이동하며 일을 배웠다. 2006년부터 동고동락한 이상규 부사장과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다가 기회가 찾아왔다. 2008년 창업자 병환 때문에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어진 온오프믹스를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온오프믹스는 인수 4년만에 6700여개 모임을 중계했고 회원 수는 15만명이다. 비회원 참가자 수를 합하면 22만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긴 숨으로 갈 것, 조급하지 말 것, 진정성을 가질 것. “도전·열정만 스타트업 기업에 필요한 건 아니”라며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창업자도 쉽게 받은 돈은 쉽게 쓴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온오프믹스는 앞으로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는 창구로 진화할 예정이다. 끝으로 “이 회사가 속해있는 사회가 어떤가에 따라 회사 영속성이 결정된다고 본다”며 “정도를 걸으며 사람들에게 선한 기억을 주면 그들이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김대욱 위트스튜디오 대표 추천의 변(辯)=“기업가 정신을 배울만한 인물입니다.” 김 대표는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를 추천했다. 온오프믹스는 오프라인 행사 주최자와 참석자를 중계하는 대행 서비스다. 참석 신청, 행사 홍보, 운영 등 전반을 관리한다. 20대 초반 창업한 김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창업해 사업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해 본 양 대표의 경영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