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인재 육성 정책에는 공통적으로 주어진 숙제가 있다. 이공계 인재부족과 핵심인재 양성이라는 두 문제의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 가장 주목받는 해결책은 국가연구소 기반 인재양성 방안이다. 국가연구소에 근무하는 석학을 활용해 인재를 교육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에도 정부출연연구기관 석학을 교수진으로 둔 교육기관이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가 그곳이다. 이은우 UST 총장은 “인지도 조사를 했는데 UST에 대해 들어본 학생 비율이 26%에 불과했다”며 “서울대학교나 KAIST 인지도는 거의 100%에 가까운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UST는 올해로 개교 9주년을 맞았다. 이 총장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UST에 더 많은 우수 학생이 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국가연구기관을 활용해 석·박사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UST가 이 역할을 맡았는데 아직도 UST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기인재 양성에 UST 역할이 필요한 이유를 그는 몇 가지로 추렸다. “국가연구기관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면서 기업이나 대학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의 인력 양성에 적합합니다. 연구소의 첨단 시설을 활용하고 학제 간 융합연구 수행에도 유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UST는 국책 연구기관 소속 6000여명의 박사 연구원 중 연구 실적이 뛰어난 1200여명을 교수진으로 확보했다. 이들로부터 한국을 포함한 20여개국 831명의 인력이 현장수업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학비전액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UST는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맞춤형으로 육성해 공급하는 곳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이 총장은 “졸업생을 채용한 기업이 UST 강점을 경험하고 협력을 제안해오고 있다”며 “상반기 LG전자가 UST학생 5명을 특별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가연구기관 차원 산·학·연 협력 허브 역할의 첫걸음”이라며 “삼성, SK, STX 등 대기업이 UST와 협력으로 맞춤형 인력 양성을 문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출범한 기초과학연구원과도 협력을 모색 중이다.
UST를 졸업한 학생 가운데 80% 이상이 정부 연구소, 대기업 등으로 취업하는 결과는 현장 적합형 인재양성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더 많은 우수학생이 좋은 조건에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대학과 출연연 등 다방면에 걸쳐 홍보·유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40여년간 축적된 정부출연연의 연구 인력과 첨단 시설·장비를 활용, 차별화된 연구현장 중심 교육으로 UST를 세계적 국가연구소 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