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가전유통전문점 인수합병(M&A) 후보로 유통 대기업들이 유력해진 가운데 이에 따른 가전 제조사들의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공식 매물로 나와있는 하이마트 인수전에는 롯데와 신세계, SK네트웍스가 뛰어들었다. 전자랜드 매각은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신세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미 인수작업을 진행중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중소·중견 가전 제조사까지 모두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전과 이에 따른 각자 이해 득실 관계를 점검 중”이라며 “하이마트가 기존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 쇼핑몰까지 갖춘 유통 대기업에 인수될 경우 제조사 제품공급가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공통적”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내수 가전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소제조사들 가운데 하이마트 의존도가 높았던 업체들은 자체 점검과 대책 마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중견 가전업체 관계자는 “우리 제품의 30% 정도가 하이마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며 “현재 하이마트와 백화점·마트 제품 공급가격이 다른 상황에서 향후 롯데가 하이마트까지 가져간다면 `턴키 협상 카드`로 대기업 유통사의 가격협상력은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라며 우려했다.
국내 가전시장을 양분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라는 자체 유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대형 가전유통 채널 등장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양사 모두 구매파워를 앞세운 대기업 유통사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LG전자는 GS가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빠진 상황에서 신세계가 가전유통망을 가져가는 것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 전해졌다. 삼성과 신세계의 관계를 생각할 때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지않겠느냐`는 판단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등 유통가 M&A 이슈는 제조업체들에게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며 “누가 인수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여부는 물론, M&A 이후 유통라인·제조업체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