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중·대형 2차전지 기업 A123시스템즈가 한국 사업을 철수한다. 2007년 국내 2차전지 업체 에너랜드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5년만이다. 관련업계는 미국 본사의 경영환경 악화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24일 A123시스템즈코리아는 최근 미국 본사로 부터 이천의 한국사무소를 포함한 생산 공장 및 연구소 철수 결정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130여명의 한국 기술인력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A123시스템즈가 한국지사를 철수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전기차 시장이 기대만큼 빨리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본사 실적 악화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생각만큼 빠르게 열리지 않아 경영난을 겪고 있어 미국 미시간 생산 공장에만 집중하고자 철수하게 됐다”며 “에너랜드를 인수할 당시 한국 시장에 테스트베드 차원에서 연구소 위주로 운영돼 왔고 이제는 기술적 수준이 경쟁기업들과도 비슷해진 만큼 (한국에)있을 명분이 적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여명의 인력은 미국 본사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며 최소 인력의 한국사무소 운영이나 공장 매각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123은 인산철리튬을 기반으로 2001년에 설립했으며 배터리 셀·모듈·팩 제조업체를 차례로 인수하며 사업규모를 확장해왔다. 특히 2007년에는 2차전지 셀 기술 확보차원에서 에너랜드 지분을 100% 인수했다.
에너랜드는 공정속도나 셀 완성도, 품질관리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코어 셀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고는 코캄 정도만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123이 중대형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에너랜드를 인수한 것이다. A123은 최근 2~3년 전부터 BMW·피스커(Fisker)·GM에 2차전지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관련업계는 A123의 한국철수가 `기술 먹튀`가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배터리 업체 한 사장은 “지난 5년간 A123이 중대형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에너랜드의 기술과 역할이 컸다”며 “최근 직원들의 이직문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A123은 에너랜드의 핵심 기술만 챙겨 무책임하게 철수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A123시스템즈가 3월에 발표한 지난해 매출은 1억5900만달러로 영업손실(2억3800만달러)이 매출을 넘어섰고 순손실은 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