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박람회에 가면 듀공이라는 해상동물 로봇을 만날 수 있다. 듀공이라는 멸종위기에 놓인 해상동물을 로봇으로 멋지게 환생시킨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본사가 있는 벤처기업 위저드가 만들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공연용 특수로봇 애니메트로닉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특수분장 전문가인 장종규(37) 씨가 2010년 5월 설립했다. 장 대표는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는 애니메이션(Animatio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 합성어로 실물과 흡사하게 만든 캐릭터나 크리어처를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첨단 기술”이라면서 “애니메트로닉스로 제작한 로봇은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사실감을 주고 미세한 움직임까지 원격 조정이 가능해 영화나 공연에 자주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방사선을 전공한 특이한 경력을 가진 장 대표는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특수분장을 담당했다. `공공의적`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장 대표는 “애니메트로닉스를 로봇과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 할 수 있을 것 같아 창업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가 처음 만든 애니메트로닉스는 멧돼지다. 2009년에는 `로봇 상어`를 만들어 이름을
떨쳤다. 상어가 수중에서 헤엄치는 동작을 재현한 `로봇 상어`는 시연 장면이 유뷰브에 공개돼
46만회 이상 조회하는 인기를 누렸다. 장 대표는 “지금도 영국·미국·홍콩·인도·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로봇 상어`를 판매 하거나 대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하지만 기술 유출 문제가 있어 해외판매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극장에서 개봉해 100만 이상 관객을 모은 입체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에 나오는 주인공 로봇도 위저드가 제작했다. 여수세계박람회 명소중 하나인 주제관에 있는 `로봇 듀공`과 대우조선해양로봇관에 있는 수중생물 로봇 `스타 파이브`도 위저드 작품이다. 6.5미터 크기 대형 안드로이드 로봇 `네비(Nevi)`와 오징어·불가사리·꽃게·물뱀 형상을 한 1미터 내외 로봇으로 구성된 `스타파이브`는
독특한 로봇 형상 때문에 관람객 호응이 크다. 장 대표는 “애니메트로닉스는 일부 선진국만이 기술을 보유한 차세대 영상 기술이자 고부가 엔터테인먼트”라면서 “한국이 애니메트로닉스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기술력을 축적하고 해외 수출에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