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GIST 총장 공모제 보완해야

[기자수첩]GIST 총장 공모제 보완해야

우리나라 대학 총장 선임은 직선제와 공모제 둘 중 하나로 결정한다. 직선제는 서울대 등 전국 40여 국립대와 20여 사립대가 채택하고 있다. 공모제는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과학기술대학이 활용하고 있다.

직선제는 지난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도입됐다. 당시 대학들은 `자율성 확보`를 내걸고 직선제를 줄줄이 선택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났다. 일부 대학은 학내 파벌이 심화됐다.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극한 갈등으로 치달았다. 선거철만 되면 상대측에 투서와 비방이 오가며 당선을 위한 금품 제공과 보직 보장 등이 비밀스레 거래됐다. 학계에서는 “총장이 되려면 최소 수억원의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무엇보다 능력 있는 외부인사 선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직선제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됐다.

총장 공모제는 연구 중심 대학이 주로 채택한다. 내·외부 인사 모두 공모로 지원이 가능하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선임하는 방식이다. 공모제는 직선제의 문제점을 피할 수 있으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이사진에 대한 로비와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하기도 한다.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대학 민주화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GIST가 총장 선임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내부 인사인 김영준 부총장, 문승현 교수와 외부 인사인 박재광 교수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차기 총장이 누가 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반 보 앞서가는 유력 후보 한 명을 다른 후보 두 명이 흔들며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현장에서 지켜본 인선 과정에는 아쉬운 것이 생각보다 많다. 후보자 능력과 공약 검증은 뒷전이다. 이사회가 한 차례 연기되면서 각종 루머도 쏟아졌다. 공모제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직선제의 장단점을 보완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30일 리츠칼튼호텔에서 조찬을 겸한 총장 후보 선임 이사회가 열린다. 내부 갈등 봉합은 차기 총장 몫이다. 차제에 총장 선출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한다.

서인주 전국취재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