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반도체 패키지 수출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정부가 독자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 팹리스 기업들을 모아 시스템 반도체 패키지를 구성, 신흥 시장을 적극 개척하기로 했다. 국내 중소 팹리스 기업 경쟁력과 반도체 산업 판로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다.
29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현재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R&D) 사업 지원 예산 약 7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을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들의 기술 패키지로 묶어 수출 활로를 뚫는데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패키지 수출이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관리칩(PMIC), 센서, 플래시 메모리, RF 등 다양한 반도체 칩을 통합해 해외 신흥 시장에 진출시키는 사업이다. 이에 필요한 연구개발(R&D) 과제를 정부가 발주하고 기업과 기관, 학계 관계자들이 과제에 참여해 통합 패키지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칩의 물리적인 통합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와 SoC를 결합한 일종의 모듈을 만들어 중국·인도·아프리카 등 신흥국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는 올해 칩 통합 R&D 과제를 본격화해 내년부터는 국내 팹리스 업계의 의견을 모아 패키지 수출 사업에 민관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내년도 반도체 R&D 예산인 1300억원 중 시스템반도체 예산 650억~700억원가량의 절반 이상이 이 사업 R&D 과제에 쓰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국내 중소 팹리스 기업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해당 시장을 뚫는 부담을 줄여주고 기술력은 키워줄 수 있다”며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추가 예산 편성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980~1990년대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 같은 패키지 제품을 사들여왔다. 같은 방식으로 신흥국에 수출해 시장 확대 및 기술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문 기업은 하나의 아이템만으로는 시장 개척이 힘들고 기존 시장마저 줄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개할 획기적인 판로가 필요하다”면서 “패키지 수출 R&D과제 등이 더욱 확대돼 팹리스 기업이 대기업 매출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독자적인 성장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