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풍력기술, 아직 70~80% 수준

국내 풍력 연구개발(R&D) 역사가 20년이 됐지만 기술수준은 선도국 대비 70~80%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적인 산업 인프라의 틀은 갖춰졌지만 핵심 부품과 기술은 아직도 해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국내 풍력업계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풍력 기술은 GE·지멘스·베스타스 등 선도기업과 비교했을 때 70~80%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타워·블레이드·메인샤프트·발전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지만 메인베어링·기어박스(증속기) 등 핵심부품에 대한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장 운영에 대한 기술력 제고도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강점이 있는 분야는 타워다. CS윈드·동국S&C 등이 품질을 인정받아 높은 세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블레이드는 아직 공급이 활발하지 않지만 기술은 덴마크의 LM윈드파워 등 선도기업의 90% 수준으로 평가된다. 메인샤프트와 발전기 기술도 이미 세계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문제는 핵심부품인 기어박스와 메인베어링 기술이다. 기어박스는 풍력발전기 원가의 10%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으로 고장이 잦아 교체비용이 많이 든다. 국내 업체는 비용 저감을 위해 대부분 자체 개발을 추진하기보다 검증된 외국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술력 향상이 더디다.

대형 풍력발전기가 각광을 받으면서 메인베어링 기술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업계는 미래 수요를 확신하지 못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부품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충렬 목포대 석좌교수는 “일정한 수요가 기대돼야 부품업체도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설 수 있다”며 “정부는 부품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혜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운영에 대한 기술력 향상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풍력발전기는 자연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험실과 달리 현장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국내 업체의 풍력발전기 설계·제조기술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지만 운영경험 등은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김두훈 유니슨 사장은 “아무리 공장에서 풍력발전기를 잘 만들어도 현장에서는 변수가 많이 생긴다”며 “국내 풍력발전기 제조기술은 선도기업의 약 70%에 도달했지만 현장 운영 부문은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