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대기업 부당 내부 자금거래 제재 강화"

금융감독 수장이 전경련 행사에 나와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대기업 계열 퍼주기를 통한 여신한도 상향도 없애기로 했다. 대기업들은 자기네 행사서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해 했다.

권영세 금감원장이 30일 전경련 주최 조찬모임에서 대기업의 강도높은 재무구조개선을 요구하자, 옆에 앉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전경련 경제정책위원장)이 불편한 듯 바라보고 있다.
권영세 금감원장이 30일 전경련 주최 조찬모임에서 대기업의 강도높은 재무구조개선을 요구하자, 옆에 앉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전경련 경제정책위원장)이 불편한 듯 바라보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30일 “그룹 계열사에 대한 펀드, 방카 등 금융상품 몰아주기, 우회적 자금지원 등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관행이 있다”며 “공정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계열사와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 조찬강연에서다.

권 원장은 대기업의 계열지원을 고려한 여신한도와 신용등급 상향을 원칙적으로 폐지할 계획도 밝혔다. 신용위험평가 시 계열사 지원 여부 등을 배제하고 구조조정대상 기업을 엄격하게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펼친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이 투자확대·고용증대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제빵 등 신규진출이 쉬운 서비스업 진출 주력, 일감 몰아주기, 자본시장 내 대기업 쏠림현상 등 부정적인 면도 많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이런 부정적인 사례가 지속하면 국가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 영업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며 “핵심역량과 미래 신성장 업종 발굴·투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출 자제 등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향후 10대 과제로 △저성장 기조 △양극화 심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자영업자의 어려움 △부동산시장 침체 △고유가시대 대응 △재벌의 경제력 집중 견제 △일자리부족 심화 △고령화 시대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꼽았다.

금융감독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부실징후 취약부분에 대한 수시 테마검사, 금융사의 과도한 배당자제, 충분한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금융 산업 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다음달까지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 신용 위험을 평가해 정상이나 일시적 유동성 부족기업(B등급)은 채권행사 유예·신규자금 지원을 하고 구조조정 필요기업(C등급)은 즉시 워크아웃을 적용함으로써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권 원장은 최근 유럽의 정치불확실성, 세계 경기둔화 우려 등에 대해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정 장세가 지속할 전망이지만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높아 금융시장 충격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