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현대차의 숨은 공신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대부분 기계 부품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전장(반도체) 부품은 외국계 반도체 기업들이 각각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체질이 강해졌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현대오트론 설립 등 최근 현대차그룹의 부품 내재화 움직임이 향후 협력사들의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창전기·대성전기공업·성우오토모티브 등 3개 부품 업체들은 근래 현대차의 차량용 반도체·부품 핵심 협력사로 부상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크게 본체 제어장치와 안전제어 장치, 파워트레인과 멀티미디어 4개 분야로 구분된다. 이 중 현대모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하지만 본체 제어나 안전제어 장치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아닌 국내 협력사 비중이 약 30%에 육박한다. 덴소·PS·컨티넨탈 등 외국계 반도체 기업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기술 경쟁력이 향상됐다.
신창전기는 주로 본체 제어장치에서 스마트키, 바디컨트롤모듈(BCM), 이모빌라이저, 스티어링바퀴 RC스위치, 창문여닫이 스위치 등을 공급중이다. 또 안전제어 장치 중 에어백 시스템 전용램프도 현대차에 판매한다. 신창전기는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의 에코마그네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 양산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전기는 전면부 모듈, BCM, 지능형 메모리 시스템, 플래셔, AC인버터 등을 비롯해 배터리 센서까지 다양한 부품을 납품중이다. 이 회사는 현대모비스와 외국계 반도체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협력사 가운데 가장 많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성우오토모티브는 배터리 핵심 협력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여년간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력을 쌓아왔으며 수년 전부터 전기자동차 배터리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협력사 부품 공급 비중을 정확히 수치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현대차그룹이 출범시킨 현대오트론이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면 국내 협력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대외 구매 비중을 줄이기 위해 자체 생산을 늘려가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국내외 협력사들의 사업 전망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협력사들이 서둘러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