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 `클라우드 서비스 중개업(CSB)`

기업 시스템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IT를 조달받는 쪽과 공급하는 쪽 모두 예상을 뛰어 넘었다. 단지 `구름 속의 IT`를 꺼내 쓴다고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신종 직군이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 중개업 즉 `클라우드 서비스 브로커리지(CSB)` 개념이다. 기존처럼 기업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발하는 사람이 필요 없어진 대신에 마치 서비스처럼 클라우드 시스템 조달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이들을 CSB라고 부른다.

구글·아마존과 세일즈포스닷컴 그리고 KT·LG유플러스·SK텔레콤을 비롯해 삼성SDS·LG CNS·SK C&C 등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들과 기업 사이에 CSB가 존재하면서 조율자 역할을 맡는다. 해외 아프리오(Apprio), 허브스팬(Hubspan) 등이 대표적인 CSB 기업이다.

◇가트너 “내년 미국 CSB 시장 1조원 넘을 것”=CSB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기업 내·외부에 존재할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CSB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적절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자인 전문가 그룹이다. 때로는 협상도 하고 제안도 한다. 2009년 가트너는 CSB란 용어를 처음 등장시켰다. 당시 클라우드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기업에 CSB는 외계어에 가까웠다.

3년이 지난 2012년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확산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CSB를 지향하는 크고 작은 조직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굳이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도 기업에 최적의 클라우드 서비스 조합을 조언해 줄 수 있다면 CSB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열린 `가트너 IT엑스포·심포지엄 2011`에서 CSB는 이미 핫 키워드로 부상했다. 가트너는 2013년이면 이미 1조원 규모의 CSB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 봤다. 오는 2016년까지는 지금 존재하는 반 이상의 IT 공급자가 클라우드 서비스 중개업 분야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 내·외부 혁신이 IT서비스를 바꾼다=CSB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별하는 중개업, 맞춤형 수정 전문 중개업, 기존 시스템과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중개업 등이다. 각 분야에서 와이프로, 인그램마이크로 아프리오, 인포시스, 액센츄어, GXS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주요 IT서비스 기업을 비롯해 클라우드 전문 서비스 기업이 내부에 유사 조직을 만드는 등 CSB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하영목 비즈테크앤엑티모 대표는 “국내 중견 중소기업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굴하고 회사 전체를 CSB 조직으로 만드는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른바 기업 외부 CSB로서 기업에 클라우드 구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기업 내부에도 CSB 개념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가트너는 기업 시장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확대될수록 기업 IT부서 역할이 CSB로 전환된다고 강조했다. 개발 전문이 아니라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조합하는 코디네이터로서 `구매` 역할이 바뀌는 셈이다. 가트너는 5년 내 30% 기업 IT 조직이 CSB 업무를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에게는 클라우드 서비스 목록을 만들고 이들을 조합해 제공하거나 서비스수준협약(SLA)을 활용해 조율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도 기존처럼 개발과 유지보수를 전문으로 하기보다, 마치 `부품을 사서 쓰듯` 계약 관리와 변경자로서 역할이 부각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CIO의 `비즈니스 전략가`로서 변신이라 칭한다.

◇클라우드 지식 시장의 도래=CSB의 출현과 확산은 클라우드 산업이 단지 인프라 공급과 조달 모습이 바뀌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클라우드 지식과 운용 방법 자체가 자산과 노하우로서 가치를 가진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전통적 IT서비스·통신 기업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업체도 CSB 노하우를 습득해야 클라우드 시대 생존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기업이 어떤 업무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구현했을 때 가장 효과가 높을 것인가?` 관점부터 시작해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비롯해 서비스형인프라(IaaS),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서비스형플랫폼(PaaS) 등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의 조합을 제공하는 노하우, 각기 다른 업체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자 관점에서 통합하고 때로는 맞춤형으로 수정해줄 수 있는 역량, 또 기업 비즈니스 전략과 서비스 제공자 역량을 정확히 산정해 적절한 서비스를 고를 수 있는 능력 등이 핵심 지식이다.

장동인 미래읽기컨설팅 대표는 “우리나라 시스템 통합 업체는 대부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만을 비즈니스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클라우드 서비스 브로커 형태 비즈니스 모델로 가는 것이 비용투자, 시간, 인력 확보에 유리하고 더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