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과 얼짱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바로 피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피부미남, 피부미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은 뷰티 산업 전성시대를 열었다. 화장품 산업이 대표적이다. 달팽이와 복분자 등 피부에 좋다는 다양한 물질들이 사용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화장품을 구성하는 주성분이 각자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효능 좋은 물질들이 과연 피부 어느 부위에서 작용하느냐가 포인트다. 정답은 `피부 표면`이 아닌 `피부 속`이다.
피부 상단부에 위치한 표피층은 각질층, 과립층, 기저층 3가지로 구성된다. 이중 최상단부가 각질층이며 대부분 죽은 세포로 구성된다. 화장품 주성분 대부분이 이 각질층을 통과하지 못한다. 바로 이 점이 화장품 업계의 골치거리다. 이런 어려움을 풀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바로 경피전달체인 `생분해성 마이크로니들`이다.
생분해성 마이크로니들은 한 마디로 녹는 바늘이다. 하지만 크기가 마이크로미터(밀리미터의 1/1000크기) 밖에 되지 않아 통증이 거의 없다. 생분해성 마이크로니들은 생체 내에서 스스로 용해되는 고분자 소재로 제조되며, 주름개선· 미백 등의 효능을 지닌 생리활성물질을 고르게 함유하고 있다. 미세바늘이 각질층을 물리적으로 투과하고 스스로 분해되면서 피부 속으로 생리활성물질을 전달한다.
기존 마이크로니들 제조 공정은 붕어빵을 만드는 방법과 유사하다. 일정한 틀을 만들고 그 속에 점성이 있는 물질을 채운 뒤 고속 회전을 통해 마이크로니들 형상으로 고형화시킨다. 문제는 이런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고 제조 공정 또한 길어 주성분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정형일 연세대 교수팀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눅눅한 호박엿을 한입 베어 물면 실처럼 길게 늘어나듯이 점성이 있는 물질을 들어올려서(drawing) 제작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제품을 제작하는데 5분도 걸리지 않고 별도 열처리 공정도 없어 안전하다. 정 교수팀이 주도한 이 연구는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우수 기술 개발과 서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진행 중인 `서울전략산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현재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생분해성 마이크로니들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연세대와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평가를 위해 서울대, 이화여대, 중앙대, 엔프라니 등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신규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정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생분해성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해 국산 화장품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