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BOE와 티안마 등이 5.5세대(1300×1500㎜)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라인 투자에 착수하면서 국내 장비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하지만 한국 장비 업체들은 입찰은 물론이고 영업 활동도 할 수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패널 업체와 공동 개발을 하며 맺은 계약 때문이다. 세계를 주도하는 AM OLED 시장에서 정작 국내 장비 업계는 수출길이 막혀, 후방 산업군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5.5세대 AM OLED 공동개발계약(JDA)을 맺은 국내 장비 협력사들은 계약에 따라 1~3년 동안 해외 영업에 발목이 묶인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SMD에 양산 설비를 공급하지 못했던 해외 장비 업체들이 최근 중국 시장 선점에 나섰다. 5.5세대 양산 설비를 세계 처음 구축해놓고도 눈 뜨고 해외 시장을 빼앗길 수 있는 셈이다.
국내 회사들이 해외 영업을 포기한 것은 SMD와의 JDA 때문이다. SMD는 국내 장비 업체들과 새로운 설비를 함께 개발하는 방법으로, AM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했다. 공동 기술 개발 계약을 맺은 것이 JDA다.
문제는 1~3년 정도 외부 판매를 금지하는 독소 조항이다. 장비 회사들은 SMD 구매를 보장받고 연구개발(R&D) 자금도 지원받는 대신 다른 고객에게는 일정기간 동안 판매할 수 없다. 이 조건이 개발 초기에는 장비 회사들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가능케 해줬으나, 지금은 수출을 가로막는 족쇄가 됐다. 패널 업체와 장비 협력사간 JDA의 실효성에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해외 고객사를 만나 제품을 홍보하는 일조차도 할 수 없다”며 “계약 기간이 지난 구세대 장비 수요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SMD 측은 “지적자산과 노하우,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판매 제한 조건을 두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수년간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들을 경쟁사는 노력없이 습득하게 되는 꼴이 된다”고 반박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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