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한국산 세탁기` 상계관세 예비판정...국내 업체 적극 대응 나서기로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세탁기를 저가에 판매하고 있다며 상계관세 예비 판정을 받았다. 국내 업체들은 무혐의 입증을 위해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 국제무역위원회(ITA)는 월풀이 제기한 한국산 세탁기 덤핑제소건에 한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으로 국제무역 법규를 위반했다고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 가전업체 월풀은 지난해 말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한국 업체들의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 덤핑 판매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 당국에 제소한 바 있다.

미 상무부가 고시한 상계관세율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70.58%로 가장 높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20%와 0.22%로 미미한 수준이다. 미 상무부는 이르면 올해 말 보조금 지급 여부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아직 예비판정인 만큼 최종 판결에서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높은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받은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이번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자릿수의 적은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받은 것과 달리 대우일렉은 70%가 넘는 관세 판정을 받았다.

대우일렉은 월풀이 이전 냉장고에서도 유사한 제소를 했지만 최종 판정에서 혐의를 벗었던 점을 강조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예비판정에 대해 “워크아웃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월풀의 무리한 제소”라며 “더구나 실질적으로 미국에서 세탁기사업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점유율이 낮은데 자국 내 산업 피해가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은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점유율 0.2% 정도에 불과하다. 대우일렉은 현지법인과 연계해 미국 상무부에 워크아웃 중인 경영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조용하지만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비판결 자체는 존중하고 성실히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최종 판결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무역법을 준수했다는 것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했다.

LG전자도 최종 판정에서 미소마진(덤핑마진이 1% 이하인 때를 말함. 조사 개시 후 미소마진으로 판정되면 조사 자체가 종결됨)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 자세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1% 미만의 관세를 받은 LG전자는 예비판정 관세가 그대로 최종판결까지 유지되더라도 상계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미 상무부는 오는 연말께 한국산 세탁기의 덤핑 여부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상무부가 보조금 및 덤핑 혐의가 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려도 미 ITC에서 자국 내 산업 피해를 인정해야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가 부과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3월 미 상무부로부터 하단 냉동고형 냉장고에 정부 보조금과 덤핑 수출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달 ITC가 산업 피해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사안이 종결된 바 있다.

이번처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소가 확산되는 데 대해 보다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종 판정 결과와 무관하게 제소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브랜드 이미지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IT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해외 경쟁사들은 국내 업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예비판정 결과에 적극적 해명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문제가 발생할 단초까지 미리 제거하려는 선제적 노력도 중요해졌다”며 “때에 따라서는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협회나 정부 차원의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