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후방 산업 동반 성장 고민해야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는 한국이 처음 개척한 시장이다. 패널 기업들은 어느 새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산업군에는 이 같은 영광이 돌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의 시각차는 크다. 삼성·LG 등 패널 업체는 양산 기술 노하우가 쌓인 장비 수출은 곧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고 본다. 장비 업계는 후방산업 동반 성장을 위해 수출길이 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비 수출, 기술 유출이냐=가장 첨예한 논란은 장비 수출이 기술 유출인지의 대목이다. 8세대 LCD, 반도체(300㎜웨이퍼) 등 신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었다. 대부분 공동개발계약(JDA) 때문에 수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패널회사들은 장비 개발에 자사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장비 업계는 장비 수출 자체를 막을 게 아니라 제조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장비나 부품을 수출한다 해도 일러야 2014년 말에나 양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3~4년 정도의 격차는 확보된다는 것이다. 국산 장비 수출길을 막는다 해도 일본·미국 등 전통적인 장비 선진국이 중국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비 소유권은 분리해야=AM OLED는 지난 수년간 삼성·LG 등 국내 패널 업체와 장비 업계가 함께 만들어낸 시장이다. 양산 노하우와 설비 역시 합작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장비 소유권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지적이다. 제조 기술의 지식재산권과 장비 소유권은 분리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AM OLED 패널 제조 기술은 해외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비는 직접적인 제조 기술로 볼 수 없어 수출 승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방연관산업 동반 성장 방안 절실= 현재 중소형 AM OLED는 연간 3억개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년 성장률이 50%가 넘는 신시장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도 있어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장비 기업에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특히 중원 시장은 장비 기업에 거대 수요처로 떠올랐다. 국내 패널 업체에는 경쟁국이지만, 장비 업계에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더욱이 AM OLED는 반도체나 LCD와도 다르다. 국내 장비 회사도 세계 처음 성공적인 양산 제품을 만들어 낸 경험이 있는 만큼, 한국에서 글로벌 장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초기 LCD 시장을 개척한 일본에서도 세계적인 장비 회사가 등장했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소재·장비 중소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 계획을 세워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며 “제조 기술이 유출되는 것과 장비·소재가 수출되는 것은 엄연히 다르고 기술 유출 문제는 철저한 보안 관리로 해결하면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