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이 IT·의료·금융과 함께 제2의 중동 붐 개척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중동 신재생에너지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과 동시에 상황이 비슷한 인접 국가로 뻗어 나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은 2020년 35~45GW의 태양광 설치가 예상되는 글로벌 신흥시장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공기관인 리야드테크노밸리(RTV)와 첨단도시개발위원회(KACST)는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 태양광 사업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사업에 참여할 국내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진행 중이며 이미 삼성SDI와 LG전자가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126조원을 투자해 2032년 전력수요의 3분의 1을 태양광으로 보급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이번 협력은 최근 외교통상부·지식경제부·에너지관리공단이 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타르에 그린에너지 사절단을 파견한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사업 계획은 이달 중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한-사우디 공동위원회`에서 구체화 될 예정이다. 공동위원회에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산업·무역 등 양국간 포괄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태양전지 △아모퍼스 박막태양전지 △사막형고효율결정질태양광모듈 △사막형다결정태양광모듈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BIPV)과 에너지절약시스템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 등 태양광 전 부문에서 협력을 제안했다. 사우디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은 7개 부문 사업과 관련 사우디 현지에 적합한 장소를 물색해 테스트베드 구축사업 등을 추진하게 된다.
삼성SDI와 LG전자는 각각 대면적 CIGS와 아모퍼스실리콘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CIGS와 아모퍼스실리콘은 결정질 제품보다 고온에서 견디는 성능이 우수해 중동과 같은 사막지역에서 활용이 용이하다.
참여기업 선정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참여의사를 밝힌 삼성SDI와 LG전자 외에 현대중공업·신성솔라에너지·LS산전·LG이노텍·SKC·SKC솔믹스·에스에너지·주성엔지니어링·삼성에버랜드·LG CNS 등 유망 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이를 기반으로 국내 태양광 기업의 중동 시장 진출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동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어서 태양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형근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술과 중동의 자본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번 사업을 교두보 삼아 우리 태양광 기업이 제3 세계로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