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이폰4를 개통하고 스마트폰 보험에 가입해 매달 4000원씩 꼬박꼬박 납부해온 직장인 C씨. 최근 전원버튼을 쓰다가 함몰돼 애프터서비스 센터에 19만9000원을 내고 리퍼폰을 받았다. 보험에 가입해 기본부담금 5만원을 내면 나머지 금액은 보험사에서 되돌려준다는 설명도 들었다. 2주 후 안심플랜보상센터에서 청천벽력 같은 전화가 왔다. 고객 과실이 아닌 단순 기기고장은 보상해 줄 수 없으니 본인이 모두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보험의 이상한 보상 규정이 도마에 올랐다.
고가 스마트폰을 애지중지 쓰다가 제품 일부가 고장이 나면 보상을 못 받는다. 그 대신에 분실하거나 물에 빠뜨리는 등 전체가 손상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사소한 고장임에도 보상을 위해 아예 물에 빠뜨리는 편이 낫다.
이 때문에 전원이나 홈, 진동 소리 전환 버튼 등이 고장 난 아이폰 사용자들은 일부러 휴대폰을 물에 넣는다. 부분 고장은 보상 확률이 낮으나 침수 제품은 보상되기 때문이다. 이상한 규정이 소비자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셈이다.
AS센터는 보상된다며 수리를 해주는데 보험사는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상반된 답변을 주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주요 통신사 스마트폰 보상처리 기준에 따르면 전체 손상은 동일기종이나 동급, 유사종 휴대폰으로 현물 보상한다.
소비자와 마찰이 가장 많은 사례는 부분 손실이 발생했을 때다. 발생한 수리비에서 고객 기본부담금을 차감한 금액을 보상하는데 파손만 해당된다.
파손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의해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작동이 안 되는 경우다. 단순 기기고장과 표면 긁힘, 기타 외형 변화는 보상이 안 된다. 그런데 파손과 단순 기기고장 원인을 판별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가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할 때 갑자기 떨어뜨려 파손됐다고 하면 보상되고 그냥 사용 중 고장났다고 하면 안 되는 식이다.
KT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험 가입 시 약관에 단순 기기고장은 보상이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며 “가입 전 약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험을 악용해 분실신고 후 새 휴대폰을 받는 얌체 가입자가 급증해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이 여파가 선량한 다수 계약자 보험료 인상과 서비스 축소로 파급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