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의 지향점은 창업이 아닙니다. 제대로 꿈과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경제적 플랫폼입니다.”
이유택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까지 기업가정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지닌 미국 뱁슨대(Babson College)에서 강연했다. 엠마누엘대학을 거쳐 올 가을부터 보스턴대에서 강연한다. 한국인으로 대표적인 기업가정신 분야 전문가다.
이 교수는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 붐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했다. 과거 벤처 붐 당시와 같은 신용불량자 속출을 우려했다. “기업가정신이라는 보기 좋은 유니폼을 입혀 준비되지 않은 청년을 시장에 밀어 넣어서는 안 됩니다. 청년이 창업해 그들의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동시에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청년 기업가정신은 `가치 창출`과 연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커피 전문점을 오픈했다고 모두 기업가정신을 지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창업자가 될 수는 있지만 기업가정신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커피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로스팅 프로세스를 표준화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다릅니다.”
이 교수는 기업가정신을 창업자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가정신을 창업이라는 제한적 방법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으로 봐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해군장성이 되기 위해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휴렛팩커드와 같은 대기업도 임원에 앞서 교육과정을 밟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기업가정신이 개인의 비전과 꿈을 실천하는 수준에서 점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책을 출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표로 삼고 있고 이를 위해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에 나섭니다. 여기에 최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를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 교수는 도서 출간을 위해 172개 회사를 방문했다. 기업에서 사회적 책임을 기존 경영시스템에 어떻게 접목하는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마이클 포터 교수의 공유가치 창출이론과 접목도 시도했다. 오는 7월 서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이란 세미나를 개최한다. 한국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사회적 책임을 구현하는 사례가 다수 있어 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 사례를 미국 MBA과정에서 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우수 사례를 발굴해 미국과 유럽기업 사례로 채워져 있는 미국 MBA과정을 바꾸는데 노력하겠습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