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허와실 그리고 과제]<6>유연탄 요충지, 호주

호주는 `행운의 나라(lucky country)`라고 불린다. 천혜의 천연자원은 호주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매년 105조원의 관광수입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풍부한 천연자원은 호주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런 조건에서 환경보호에 대한 호주인의 인식이 유별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자원개발 허와실 그리고 과제]<6>유연탄 요충지, 호주

호주 스프링베일 광산 저탄장 전경.
호주 스프링베일 광산 저탄장 전경.

호주의 엄격한 환경규제는 자원개발 사업에 있어 걸림돌이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규제는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7월부터는 새롭게 탄소세와 자원세가 도입돼 부담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호주 자원개발 사업을 멈추거나 늦출 수는 없다. 호주는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유연탄 확보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국가다. 우리나라는 유연탄 총 수입량의 36.7%를 호주에서 공급받고 있다. 보다 깐깐해진 호주의 환경규제는 우리가 어떻게든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원산맥이다.

◇성공적인 첫 발, 스프링베일=시드니 공항에서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 스프링베일 광산에 도착했다. 스프링베일은 겉으로 봐서는 광산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환경에 대한 호주의 남다른 가치관이 느껴졌다.

안전교육을 받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특수차에 올라탔다. 영화 인디아나존스에 나올 법한 특수차는 제법 빠른 속도로 갱도를 달렸다. 새로운 세계에 와 있다는 설렘도 잠시, 끝없는 어둠 속에서 높아지는 온도와 습도에 두려움이 앞섰다. 한참 지나서야 안상용 한국광물자원공사 차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스프링베일은 1990년대 초 우리나라 삼성물산과 호주 업체가 투자해 개발한 광산입니다. 1995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지만 약한 천반 때문에 갱도가 무너져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삼성물산은 사업철수를 결정했고 광물공사는 2001년 SK와 함께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버려진 광산에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붇느냐”는 힐책이었다. 하지만 광물공사는 보란 듯이 4년 만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했다. 롱월(longwall, 장벽식) 채탄방법을 활용해 유연탄 생산효율을 극대화 했다. 이곳에서의 수익을 바탕으로 2007년에는 인근의 앙구스플레이스 광산에 투자해 지금은 연간 총 630만톤의 유연탄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안 차장은 “당시는 롱월에 대한 전문지식도 부족했고 환경허가 등에 있어 어느 나라보다 까다로운 호주 광산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라며 “스프링베일 인수 후 통기와 배기, 갱도 안정화 설비 보강작업 병행으로 굴진을 재개해 생산규모를 확대했으며 석탄가격 상승 등으로 빠르게 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광물공사는 총 투자액(3500만달러)의 약 2.4배인 8500만달러를 이미 회수했다. 지금까지 약 15년간 유연탄을 채굴했지만 앞으로 20년 이상 채굴 가능한 6000만톤의 추가 매장량을 확보해 앞으로도 안정적인 유연탄 확보에 문제가 없다. 스프링베일이 가장 성공적인 해외 자원개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다.

◇`더 깐깐해진` 규제를 넘어라=스프링베일에서 성공적인 첫 걸음을 뗐지만 와이옹 광산 사업에서 광물공사는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쳤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해 3월 승인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광물공사는 승인을 재신청했으며 지난 1월 환경영향평가지침(DGR)을 발급받아 심사가 재개됐다.

우여곡절을 거쳐 와이옹 사업은 다시 탄력을 받고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에서 이번과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확보했더라도 주정부가 행정적으로 사업에 제동을 건다면 해결방법이 없다. 실제 와이옹 광산도 광물공사(82.25%)와 SK네트웍스(8.5%), 경동(4.25%) 등 한국이 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주가 환경문제에 유독 민감한 만큼 철저한 조사와 사전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환경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만큼 호주에서도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호주 여야 간 정치 문제가 사업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지상황을 정확하게 분석·예측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새로 생기는 규제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호주에서는 7월부터 광물자원임대세(자원세)와 탄소세 관련법이 발효된다. 자원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갈수록 사업이 힘들어지는 셈이다.

호주 연방정부는 경제 활성화 조치의 일환으로 화석연료와 같은 비재생 자원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 전반에 균등 분배하기 위해 자원세(MRRT:Mineral Resources Rent Tax)법을 통과시켰다. 과세 광종은 석탄·철광석으로 관련 업체의 이익이 연간 7500만호주달러(약 85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부과한다.

이정기 광물공사 호주법인장은 “호주법인은 연간 수익이 2000만호주달러 수준으로 단기적으로 영향은 없지만 와이옹 광산이 본격 생산단계에 들어서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전문가 자문을 받으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세는 광물공사를 비롯해 호주에 진출한 국내 자원개발 업체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탄소배출량이 연간 2만5000톤을 넘는 시설에 대해 초과 탄소 배출량 1톤당 23호주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한다. 2015년부터는 배출권거래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세 부과로 광산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 석탄산업협회는 석탄업계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약 250억호주달러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 법인장은 “자체조사 결과 스프링베일은 탄소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탄소세와 자원세 도입 환경규제 강화와 주정부가 시행하는 규제 등으로 호주에서 광산업을 하기 위한 경영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박스/안정적인 유연탄 확보, 호주 없이는 `안돼`

우리나라의 유연탄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1978년 인도네시아 마하캄 개발사업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기준 총 122개 사업에 진출했다. 이 중 45개 사업은 종료됐으며 현재 77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호주에서는 총 28개 사업에 진출해 6개 사업이 종료됐으며, 나머지 22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유연탄 총투자액 37억9500만달러 중 호주에 대한 투자액이 20억16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유연탄 총수요량의 40%를 호주에서 조달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총수요량 1억1000만톤 중 호주에서 4000만톤을 수입했다. 호주는 유연탄 매장량에 있어서도 세계 4위 국가로 세계 교역물량(9억톤) 중 33%(3억톤)를 호주가 담당하고 있다.

호주는 유연탄·철·동·아연 등 4개 전략광종 자주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전략광종 전체 자주개발률 중 기여도가 33.4%에 달한다. 호주의 자주개발 기여도는 유연탄 25.3%, 철 76.4%, 동 0.8%, 아연 94%다.

광물공사는 호주에서 총 13개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총 투자액은 2억9000만호주달러다. 광종별로는 유연탄이 10개로 가장 많고, 우라늄·동·니켈이 각각 1개씩이다.

호주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 수는 2011년말 기준 33개며, 이들은 총 36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유연탄 사업이 22개(61%)로 가장 많고 철은 4개, 동·아연·마그네사이트·우라늄이 각각 2개, 니켈·암염이 각각 1개다. 지난해 말까지 30억달러를 투자해 해외자원개발 총투자액 98억달러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인터뷰/ 이정기 한국광물자원공사 호주법인장

“호주법인은 2015년 연간 생산물량 1000만톤 이상을 확보해 유연탄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이정기 한국광물자원공사 호주법인장은 3년 내 유연탄 생산물량을 지금의 2배 이상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광물공사가 투자한 유연탄 광산 10개 중 6개가 생산 중이며 이곳의 생산물량 중 공사의 몫이 약 500만톤이라는 설명이다.

이 법인장은 “신규 광산 확보, 기존 광산의 증산 등을 통해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며 “매년 석탄 1000만톤을 생산하는 기업은 호주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힘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활발한 자원개발 사업을 위해서는 `대형화`를 전략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혼자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광물공사·수요업체·마케팅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의 운영권을 획득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광산운영 노하우를 배우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법인장은 “중국은 소지분 참여보다는 운영권 확보로 광산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일본 역시 운영권 확보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원개발 사업 특성에 대한 국민의 정확한 이해 역시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하고 투자비 회수기간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스프링베일과 같은 성공사례가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프링베일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에너지 자원 안보에 기여 △수익성 확보 △광산운영기술 습득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 법인장은 “스프링베일과 앙구스플레이스에서 생산된 물량 630만톤 중 315만톤은 우리 몫이기 때문에 만약 국내 석탄 수급이 어려울 경우 언제라도 국내에 공급할 수 있다”며 “50%의 지분투자로 공동경영권자로서 사업에 참여해 광산운영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스프링베일과 같은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 유연탄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부존량이 거의 없는 철·구리·아연·니켈·우라늄·희유금속을 적극 개발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호주 투자 광산 현황

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