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국내 통신 3사는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고자 서비스 출시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탈통신`을 외치며 주요 신사업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집중했다. KT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자 이에 질세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클라우드 대열에 합세해 국내 시장은 이들 통신 3사가 주도해 왔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상용 서비스를 출시했던 이들의 지난 1년간 성적표는 사실상 초라하다. 당초 예상했던 목표 고객과 매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고객의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지만 이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3사 모두 부진한 실적으로 클라우드 관련 조직 개편 및 투자 축소 등 쓴맛을 봐야 했다.
하지만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희망도 봤다. 1년 전에 비해 고객의 서비스 활용도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실질적 운영 효과도 입증했다. 또 서비스 안정성 자신감과 함께 기술 검증 및 투자 확신도 생겼다. 더디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고객 수에서 성장 가능성도 보고 있다.
◇목표는 컸지만 성과는 `글쎄`=통신 3사의 클라우드 시장 기대감은 어느 업체보다 높았다.
이미 안정적 네트워크 망이 갖춰져 있고 대규모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어 다른 기업보다 시장 진입이 용이한 편이다. 또 자체 이동전화 기술 등에 클라우드를 결합해 기업 업무 환경에서도 모바일 기업으로서 위력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통신업계 클라우드 총괄책임자들은 “투자한 것에 반토막만 안 나면 다행”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실제로 통신 3사 모두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고객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만 할 뿐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KT유클라우드 서버 서비스는 현재 1300여 기업이 이용하고 있고 3000여 가상머신(VM)을 운영 중이다. SK텔레콤 역시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1000여 VM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한 통신사 클라우드 담당자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도 예상했던 것 만큼 투자대비성과(ROI)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 고객의 클라우드 이해 수준과 성숙도에 비해 서비스 제공업체가 너무 앞서 갔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해부터 1년간 운영해온 고객의 실질적 성과가 공개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포트폴리오 다양화=고객들의 클라우드 적용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통신 3사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에는 속도가 붙었다. 통신 3사가 1년동안 출시한 서비스가 국내 전체 클라우드 서비스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초기에는 대부분 서비스형 인프라스트럭처(IaaS)에 국한됐지만 최근 들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 플랫폼(PaaS),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 서비스형 콘택트센터(CaaS)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저변을 확대했다.
KT는 `유클라우드비즈`, SK텔레콤은 `T클라우드비즈`, LG유플러스는 `U+클라우드N` 등을 주력 서비스로 내놓고 있다.
현재 3사 중 KT가 제일 먼저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한 만큼 서비스도 다양하다. 클라우드 서버와 스토리지, 콘텐츠딜리버리네트워크(CDN), 백업, 데이터베이스(DB) 등 IaaS 영역 서비스를 비롯해 최근 올레오피스365 등 SaaS도 갖추고 있다. 기존 KT비즈메카에서 제공하던 기업용 솔루션도 올해 단계적으로 클라우드 플랫폼에 올려 SaaS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현규 KT 통합플랫폼개발본부장(상무)은 “그동안 SaaS를 보다 쉽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어 SaaS 출시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패럴렐스와 손잡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MS 오피스365 서비스도 패럴렐스 플랫폼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향후 그룹웨어,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자원관리(ERP) 등 다양한 SaaS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T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클라우드 서버와 스토리지, CDN 등 KT와 유사한 서비스를 비슷한 시기에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영역 클라우드 서비스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SAP코리아와 함께 중소기업용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인 `클라우드 SAP B1(Cloud SAP B1)`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 오는 3분기 내 맵 리듀스(Map Reduce)와 CRM 등의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SaaS 시장을 노려온 LG유플러스는 지난 1년간 SaaS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총력을 다했다. 특히 스마트 CCTV 서비스, 클라우드 콜센터 등 다른 통신 업체와 차별화된 SaaS 출시에 열을 올렸다. 이와 함께 기업형 클라우드 CDN 서비스도 출시했으며, `U+박스` API를 공개하며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략도 변경했다.
◇`히트 상품`이 없다…차별화 전략 고심=이처럼 통신 3사가 클라우드 서비스 다양화에 노력했지만 지난 1년간 선보인 서비스 가운데 이른바 `히트 상품`은 없었다. 서비스 출시와 함께 기업고객이 몰려 이슈화된 서비스도 없었고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와 비교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평가된 것도 전무하다.
장동인 미래읽기컨설팅 대표는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서 출시한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전체 IT 영역에서 일부 영역만 지원하는 단편적 서비스 위주였다”면서 “그 때문에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전체적인 IT시스템을 운영할 때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준비돼 있지 않아 국내 서비스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년간 서비스 포트폴리오는 늘렸지만 여전히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갖추고 있는 탄탄한 제품 로드맵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통신 3사는 지난 1년간 혹독한 신고식도 치러야만 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서비스 장애만도 수십 건이다. 특히 3사 가운데 KT가 유독 많은 구설에 올랐다. KT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화이트박스 서버와 오픈소스SW를 적극 활용해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 환경을 구현했다.
KT는 급기야 지난해 하반기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이력을 공개하겠다고 선포해 자사 클라우드 고객센터 홈페이지에 장애이력을 모두 볼 수 있게끔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원사를 대상으로만 공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KT 이외 다른 업체는 장애이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KT 측은 “지금까지 올라온 장애건수는 총 30여건으로 대부분 네트워크, 디스크 에러 등 소소한 문제였다”면서 “올해 들어 이러한 장애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 서비스 운영 노하우 확보 및 안정성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통신 3사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지난 1년여 동안 이른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초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용해 다양한 효과를 체감한 뒤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거나 또 다른 서비스를 추가 도입하고 있다.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을 운영하는 넥슨모바일은 KT의 유클라우드 서버를 초기 단계부터 이용하는 KT클라우드 서비스의 대표 고객이다.
넥슨모바일 측은 “신규 게임 개발 단계부터 적용했는데 미국에 있던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훨씬 빠른 응답속도를 보였고 비용도 저렴했다”면서 “초기 10여대를 운영했는데 현재 80대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향후 모든 신규 게임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유명 클라우드 서비스 `선전`=지난 1년 동안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해온 통신사가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는 승승장구했다. 구글, 아마존, 세일즈포스닷컴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한국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일궈냈다.
구글은 국내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선언하고 전담팀도 꾸렸다. 가장 대표적 기업용 협업 제품인 비즈니스용 구글앱스는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유엔아이, 엠에스오토텍 등에서 이미 사용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업은 서버와 SW 구매 없이 이메일, 캘린더, 통합메신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도 국내 고객을 300군데 이상 확보하며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한글 웹사이트를 개설한 데 이어 한국 법인 설립도 진행 중이다.
세일즈포스닷컴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2년간 평균 80% 고성장을 이뤄냈다. 고객 수도 250여 곳에 이른다. 한국 영업 총괄 조직도 갑절 이상 커졌다. 올해 말까지 현 6명의 지원인력을 수십 명으로 확대하는 것도 본사에서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즈포스닷컴 측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중견기업을 위주로 서비스가 활발하게 적용됐지만 올해부터는 대기업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어 본사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투자 심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향후 한국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외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솔루션 제공업체의 성과도 높다. 특히 시트릭스시스템즈코리아와 VM웨어코리아 등 클라우드 가상화 관련 전문 업체가 지난 1년 사이 조직을 세 배 이상 키웠다. 시트릭스코리아는 향후 3년 내 기술지원인력을 100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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