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케이스스터디/가전 명장 `월풀`의 PLM 혁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월풀 2012 콘스텔레이션 프로젝트 추진 과제

월풀은 매출 기준 세계 1위 가전업체다. 세계 170여개 국가에서 세탁기·냉장고 등 9개 브랜드의 백색가전으로만 연 190억달러(22조4000만원) 매출을 올린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넘긴 월풀의 최대 고민은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신흥 글로벌 가전기업의 파죽지세를 이겨내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LG전자에 드럼세탁기 1위 자리를 빼앗긴 데 이어 삼성전자는 수년 내 세계 가전 시장에서 월풀을 넘어서겠다며 맹추격 중이다.

[CIO BIZ+]케이스스터디/가전 명장 `월풀`의 PLM 혁신

그간 `프리미엄급` 가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등을 무기로 유럽·미주 시장을 점령해 온 월풀은 보다 빠르게 소비자 요구를 신제품 개발에 접목하고, 서비스 역량도 강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핵심 비밀병기가 바로 3P(제품, 프로세스, 사람) 전반에 걸쳐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혁신하는 `콘스텔레이션(Contellation)` 프로젝트다. 월풀은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플래닛PTC 2012 행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공개해 세계 제품수명주기(PLM) 전문가 및 개발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신제품 개발 위한 3P 혁신=프리미엄 가전 선두주자 월풀에 글로벌 시장 위기가 강하게 엄습한 때는 2000년대 후반이다. 제프리 버크 월풀 글로벌 제품 조직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총괄은 “가전 시장 경계가 무너지고, 신흥 가전기업들이 전통적 가전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위기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월풀은 이에 따라 △시장 요구에 더 빠르게 대응 △근본적 혁신 △제품 공급의 다변화와 확장 △원가와 품질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버크 총괄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서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와 역량을 개선해 빠르게 대응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개발시스템`을 슬로건으로 내건 콘스텔레이션 프로젝트는 2006년 처음 시작돼 2013년까지 중장기 로드맵을 바탕으로 올해도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트 목표로서 제품 개발 속도·원가·품질 세 가지를 개선하기 위해 △엔드투엔드 린(lean) 제품 개발 프로세스 확립 △제품정보의 글로벌 표준화 △지역 전문가 및 공급망 등 타 부서 간 협업 강화 △실시간 단일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제품정보 제공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최근엔 냉장고·세탁기·PC 등 자사 모든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단일 플랫폼 기반 홈네트워크 기술 개발을 강화하면서 냉장고·세탁기 등 각 가전 제품에 탑재되거나 각 가전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SW) 개발에도 진력하고 있다. 프레드 밸리오 월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제품 개발을 위한 SW 컨트롤이 관건으로 등장했다”면서 “제품마다 어떠한 버전의 무슨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며, 언제 어떻게 펌웨어를 개발할 것인지 등의 연구가 필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정보 통합 및 표준화…R&D와 서비스·공급망 연계=프로젝트는 크게 5단계로 나눠 추진 중이다.

1단계(2006~2008년)는 `기본 수립`이 이뤄졌다. 부품 분류와 체계 정비 등 데이터 정립이 주였다. 뒤이어 2단계(2009~2010)에서는 글로벌 부품 넘버 정립 및 검색, 전자구매, 지역적 서비스 정보 수립 등이 이어졌다. 월풀은 2단계를 `부품과 공급자 정보 정립 단계`라고 부른다.

3단계를 추진한 지난해는 `제품 기본 수립` 단계였다. 1~2단계에서 정립한 세계 부품과 공급자 정보를 토대로 실제 PLM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공급자 기준정보와 제품 기준정보를 수립하고, 글로벌 서비스 정보를 위한 데이터를 통합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PTC의 PDM링크 제품을 도입해 표준화된 정보를 글로벌 단일 시스템 기반으로 통합시켰다.

각 개발 프로젝트를 추적하기 시작했으며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시범시스템을 가동했다.

올해는 통합된 PLM시스템의 적용 범위가 공급망관리 및 서비스 분야로 전격 확대된다. 품질 및 디자인, 서비스 영역과 전략 구매, 프로젝트 및 포트폴리오 관리, 원가정보 관리, 디자인 단계에서 `진정한 단일 데이터(Single Source of Truth)` 기반 PLM시스템을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개발과 생산, 서비스마다 따로 쓰던 자재명세서(BOM)시스템도 올해부터 하나의 BOM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서비스 관점에서 고장형태영향분석(FMEA)·고장 및 유지보수 관리시스템(FRACAS) 프로세스 및 시스템과 PLM 데이터의 연동 등이 이뤄진다. 개발과 서비스가 같은 데이터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 요청이 들어오는 즉시 이를 개발에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부서 간 소통이 강화된다.

글로벌 서플라이어 포털과 연계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밸리오 CIO는 “모든 공급업체가 하나의 포털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취할 수 있게 되면서 이 시스템이 R&D 부문 및 PLM과 연동돼 실시간 부품 주문과 개발 접목도 가능해진다”고 소개했다.

월풀은 내년 이후를 5단계인 `통합된 기업정보시스템` 단계로 보고 있다. R&D와 연계된 기업 내 모든 프로세스와 제품정보 간 통합이 완료되는 단계다. 제품 기본정보의 통합된 환경뿐만 아니라 원가정보, 제품 R&D 과정의 포트폴리오 관리 및 프로젝트 관리, 환경 요소 점검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PLM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가 중요=월풀의 PLM시스템은 단순히 R&D 효율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밸리오 CIO는 “제품 사이클 단축으로 빠른 신제품 출시, 더 많은 소비자와의 소통 혁신, 더 적은 플랫폼으로 더 많은 제품 생산, 최저 수준 원가와 최고 수준 품질 달성, 제품 크기와 자원 등의 표준화 등 크게 5가지 효과를 가장 큰 기대효과로 삼고 있다”면서 “콘스텔레이션의 핵심 철학 5가지 중 첫 번째는 비즈니스 전략 및 기업의 변화 전략, 프로세스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철학은 기업의 전사적인 수익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발 혁신을 조준한다는 점이며, 세 번째 철학은 가능한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툴`의 사용이다. 이른바 `아웃오브더박스`라고 불리는 표준 툴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PTC의 `크리오(Creo)` 캐드시스템, `윈칠` 제품데이터관리(PDM)·PLM시스템, SW 개발용 제품인 MKS `인티그리티` 등 전 제품 라인을 도입했다.

밸리오 CIO는 “우리는 PTC가 개발한 캐드 프로이(Pro-E)를 1986년에 도입한 첫 고객”이라며 “2007년에 윈칠 PLM을 도입해 전 시스템을 이관해왔으며 2010년부터 윈칠 PLM 파트너십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월풀은 PTC의 매스캐드, 아보텍스트, 윈칠 PPM링크·PDM링크·프로젝트링크 등 주요 제품 및 모듈을 모두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최대 사용자로 꼽힌다.

향후 `월풀 프로덕트 애널리틱스(WPA)` 시스템을 구축해 각종 정보 분석력을 높일 계획이며, 특히 윈칠 PPM링크로 제품 개발 단계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밸리오 CIO는 “PLM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긴 여행”이라며 지속적인 제품 개발시스템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올랜도(미국)=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