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프리스케일이 최근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현대오트론을 `협력하는 경쟁사`로 규정했다. 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전장 시장 확대를 위해 협력의 기회가 더 많다는 시각이다.
지난 8일 방한한 앙리 리차드 프리스케일 부회장은 “한국 고객사들이 반도체 사업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면 서로 발전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기회”라며 “지금의 시장 판도는 고객사와 협력사, 경쟁사 관계가 뒤섞인 혼전의 시기”고 말했다.
프리스케일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업체로, 특히 엔진 제어 분야에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자동차·전자 산업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로봇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강점인 차량용 엔진제어 기술을 로봇에 적용해 시장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차드 부회장은 마침 이 날 광운대학교와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오는 9월부터 로봇공학 학습과정을 개설하고, 연내 기능적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또 향후 10년간 반도체 기술을 로봇에 접목하는 연구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프리스케일이 국내 대학과 협력하는 것은 한양대와 무인자동차 개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리차드 부회장은 “프리스케일의 핵심 경쟁력은 차량용 모터제어 기술인데 이것이 축약된 분야가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완전히 사람같은 로봇을 제작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당장 실생활과 산업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자동화 산업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차드 부회장은 국내 대학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도 기술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로봇 시장에서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중소기업들과 협력 사례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