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쓰나미, 중기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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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퇴출 쓰나미가 중소기업을 강타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10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접금융시장이나 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과 초기 창업자, 소상인 등이 주로 이용해온 저축은행이 최근 속속 퇴출되면서 저축은행 업계가 중기 대출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폐지했다.

지난달 3차 구조조정에서 퇴출된 한국저축은행은 전체 여신 중 98.8%가 중소기업 등 기업자금 대출이었다. 미래저축은행 역시 88.95%인 1조7396억원이 기업 상대 대출이었다.

하지만 이들 저축은행이 잇따라 영업정지 상태에 놓이고 최근 1년새 모두 20개 저축은행이 퇴출되자 65조원 수준이던 저축은행 여신 규모는 1년만에 35조2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저축은행 고객 2명 중 한 명은 돈 빌릴 데가 없어진 것이다.

문제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 대출이 불가해 고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까지 내려간 이들 고객은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저축은행에서 조차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사채·대부 등 불법 사금융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지자 시중은행들 조차 중기 대출 기피 현상을 보였다. 지난 4월말 현재 시중은행은 총 1조4000억원의 중기 대출액을 회수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중기 대출을 늘인다해도 저축은행이나 타 은행에서 발길을 돌린 고객들까지 건전성을 무시하며 감당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사태 파장은 주식시장까지 위협, 중소·벤처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그간 저축은행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원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상장사 유상증자에 참여, 주로 코스닥 상장 유망 벤처기업 지분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이들 저축은행이 최근 들어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예전에 사놓았던 BW나 CB를 헐값에 팔아치웠다. 이를 산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대량 전환, 해당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최근 코스닥 시장 침체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불과 1년새 50조원이 넘던 저축은행 업계 자산규모가 27조원으로 떨어졌다”며 “사라진 자산 만큼의 쓰나미 여파는 하반기 들어 저축은행 주고객인 영세 중소기업을 집중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퇴출 저축은행의 중기 대출 비중

자료:금감원

저축은행 쓰나미, 중기 강타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