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리더십을 경영에 접목하면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이 바로 전쟁 아닙니까. 그의 유비무환, 필사즉생의 정신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들에게 중요한 덕목입니다”
유통정보화 솔루션 전문업체 알에프엔유 이부경 대표는 5~6년전부터 이순신 리더십에 흠뻑 빠져 있다. 매달 한번씩 CEO를 대형 버스에 태우고 충무공 이순신 자취가 서려 있는 격전지와 유적지를 찾아간다.
`이순신 파워리더십 버스`라는 이름의 이 역사기행에는 그동안 1천여명에 가까운 기업 임원들과 가족들이 탑승해 노량해전, 한산대첩, 명량대첩, 칠천량 해전 등 격전지를 찾았다. 파워리더십 버스에는 국내 저명한 이순신 연구가들과 전직 해군 제독들이 동승해 임진왜란의 전쟁사적 의미와 이순신 러더십을 강연하고, 이 대표의 생생한 현장 설명이 이어진다. 이 대표는 “수많은 조선 수군이 수장됐던 칠천량 해협에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혼들에게 꽃을 바친다”며 원균이라는 잘못된 리더를 만나 민초들이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면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알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신 파워리더십 버스가 입소문이 나면서 포스코, 동부그룹,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G밸리 입주기업 등이 앞다퉈 파워리더십 버스에 동승했다. 이 버스를 거쳐간 CEO만 500명에 달한다. 이 대표의 이순신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개설한 `이순신 최고경영자 과정`은 벌써 5회째를 맞았다. 최근에는 이순신을 테마로 한 기념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이순신에 관한 책도 출간, 수익금을 해군사관학교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이순신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우리나라 1세대 여성벤처기업인이다. 지난 1990년 10여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에 돌아와 `한국다이코통신`이라는 POS전문업체를 차렸다. 일본 마쓰시타에서 유통물류 프로그램밍 업무를 담당한 게 밑거름이 됐다.
국내 소매 유통분야 POS시장을 개척했던 한국다이코통신은 나중에 `리테일 네트워킹`으로 사명을 바꾸고 MRO사업에도 진출했다. 이 대표는 “한때 매출이 200억원에 달하면서 교만에 빠지기도 했다”면서 “급기야 새로 추진한 MRO사업에 발목이 잡혀 부도를 맞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한순간 모든 것을 잃었다는 절망감에 자살까지 생각했다. 이 대표는 “자살하기 위해 찾아간 곳이 바로 남해 보리암 근처 바위였다”며 “당시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봤는데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이순신의 말이 결국은 자신의 목숨을 건졌다”고 회상했다. 이순신을 만나면서 사업 재기에도 성공하고, 모든 게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이순신포럼`을 만들었다. 아직은 임의단체지만 내년에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전환할 생각이다. 파워리더십 버스 운영, 최고경영자과정, 리더십버스 강사 양성, 공개강좌 등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순신 검명인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한번 칼을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는 의미다. 이 말을 경영에 적용하면 `선택과 집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