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은 금융안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해결책이 묘연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1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창립 62주년 기념식에서다.
김 총재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그 여파로 중국경제의 성장률도 낮아지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의 활동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위기가 미국경제와 유럽경제의 자체적인 성장력 회복 없이 다른 어떤 방안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아시아 신흥경제권이 경제위기 해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한국은행은) 미국과 유럽의 양적 완화정책에 따른 부정적 파급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함으로써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현재의 경제위기는 언제 종료될 것인지가 아직 막연할 뿐만 아니라 위기종료의 조건조차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전파돼 국가 채무위기로 전이됐고 해결책도 묘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는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5년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했다. 위기가 대공황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하며, 특히 현재까지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해 염려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총재는 “현실적인 문제는 위기발생에 대한 정치적 대처능력이 신속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어떤 문제든지 일단 발생하면 그 사안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게 글로벌한 경향”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리스·스페인 문제에는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 총재는 “정치적 결정에 수반되는 비용은 당연히 존재하겠으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불확실성은 과거보다 확률이 줄었다”며 “스페인은 은행의 부실이 어떤 형태로 급속히 진행됐는지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겼으므로 정부와 금융부문이 적절하게 대처할 능력이 함양됐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